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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May 31. 2019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던 봉하마을 이야기

[책리뷰] 봉하일기 - 그곳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



1. 왜 갑자기 이 책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허망하게 돌아가신 때로부터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어안이 벙벙하며 믿지 못했던 그 기억이 뚜렷한데 말입니다. 10주년을 맞아 노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되새기는 다양한 움직임들이 보였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판계도 이에 발맞춰 관련 책이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대세를 따르는 저도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서적을 찾아보자 했습니다. 출간된 책 중 정치적 상황과 관련된 프로파간다식 책이나 한 개인이 자신의 해석과 견해로 전체를 풀어낸 책은 피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노전 대통령의 퇴임 후에 일어났던 일들을 담담히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10년 전 당시 방송이나 뉴스를 통해 단편적으로 보고 들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퇴임 후 노전 대통령이 꿈꾸고 기대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새기고 싶었습니다. 


   당시 일어났던 일들을 살펴보면서 만약 그런 불상사가 없었다면 얼마나 발전적인 일이 일어났을지,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었을지를 생각해보고 남겨진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사진출처 :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2. 이 책은 어떤 책인가?


    퇴임 후 고양 봉하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들이 봉하 마을에서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방문객들이 너무 폭증하자 당황합니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봉하일기'는 의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자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봉하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김경수 지사가 처음 썼던 것이 시작이라고 합니다. 다른 의도 없이 편히 쓴 글에 10만 명 이상이 접속해 읽는 것을 보고 보좌관들이 돌아가며 쓰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과 시각으로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어서 획일적이지 않고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하일기'가 일주 혹은 몇 주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와중에도 봉하에 방문객이 점점 늘고 노전 대통령이 방문객 인사를 계속하게 되면서 인사말을 대신해 그때그때 자신의 생각을 기탄없이 알린 것을 기록한 '노짱일기'도 '봉하일기'와 교차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봉하일기를 통해 마을이 어떻게 달라져가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려니와 '노짱일기'속에 나타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을 살펴보는 것도 무척 좋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시절에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아직 '언론'의 중립성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라는 명제를 어느 정도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노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면서도 그의 정책과 방향성이 정말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부정적인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퇴임 이후 자연인 노무현을 대할 때 다시 그분의 매력을 마음껏 느끼고 좋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 "봉하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는 당시 좋은 의도로 추진했던 봉하 마을 관련 일들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보는 것, 이 책을 통해 드러나는 노무현 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책입니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정치 세력에 대한 분노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출처 :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3. 봉하에 가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봉하에 가고 싶다'였습니다. 저는 잊어버리고 그냥저냥 저의 일상을 살아왔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그때의 정신을 이어받고 발전시켜 봉하를 지켜오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이전과는 비교할 수없이 다양한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봉하 마을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미안해했던 '찾아와도 갈 곳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여러 가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준비된 상태였습니다. 


   진보적인 생각은 사람과 문화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디게 더디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 것 같은 퇴보가 반복되지만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면 조금은 더 나아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진보적인 생각과 태도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기도 합니다.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꼰대처럼 답답하고 이기적인 소리만 떠들어대는 경우를 왕왕 겪게 됩니다. 누구를 옳다 그르다 하기 전에 저 스스로 대한민국 꼰대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정치적인 부분에 생각이 미치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만, 그보다는 까닥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 책을 감상적으로 접근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미안하고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사진출처 :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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