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만 폭주하던 나를, 아주 사소한 행동들이 바꿔놓았다.
밤이 되면 마음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
낮 동안은 잘 버티던 식욕도,
하루치 감정과 피로가 쌓이는 저녁 이후에는
갑자기 성격을 바꾼 사람처럼 올라온다.
나는 늘 ‘왜 하필 밤만 되면 이렇게 흔들릴까’라는 생각을 했다.
배고파서라기엔… 배는 하나도 고프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근데도 뭔가를 씹고 싶고, 달달한 게 당기고,
‘오늘 하루 너무 잘 버텼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스스로에게 말이 슬슬 생기기 시작한다.
이상한 건,
혼자 있는 날이면 폭주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늦게 들어오거나, 아이가 일찍 잠든 날.
말려줄 사람, 대화할 사람이 없으면
내 마음이 생각보다 더 쉽게 흔들렸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나조차
그 순간엔 논리도, 자제력도 별로 소용없었다.
언젠가 그런 생각이 스쳤다.
“아… 나를 말려줄 사람이 없어서 더 먹는구나.”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내가 이렇게 정신없이 주워 먹진 않을 텐데.
그걸 그제야 인정할 수 있었다.
조금 웃기지만, 효과는 진짜다.
밤에 식욕이 올라오면,
나는 일단 스마트폰을 식탁 앞에 두고 촬영을 켠다.
내가 내 모습을 실시간으로 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신기하게 ‘지금 이건 과하다’ 싶은 순간이 생긴다.
누구에게 보여줄 영상도 아니라서 부담도 없고,
그냥 나를 나에게 보여주는 작은 장치 정도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행동이 폭식의 속도를 늦춰준다는 것이다.
멈출 틈이 생기면, 선택도 바뀐다.
예전 같았으면 과자를 뜯었을 상황에서
“잠깐만, 차부터 마시자” 하는 마음이 스친다.
그래서 카메라 루틴은
밤 식욕을 ‘0’으로 만들진 않더라도
‘70%’는 확실히 꺾어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식탁 위에 아예 두 가지를 꺼내둔다.
차 한 잔.
책 한 권.
이 두 가지는 나를 멈추는 장치다.
먹기 전에 “차 한 모금만 먼저”,
“책 한 장만 읽어볼까?”가 가능해지는 순간
몸의 긴장도, 마음의 흥분도 가라앉는다.
특히 녹차는 그냥 음료가 아니다.
녹차 속 L-테아닌은 뇌에서 알파파를 증가시켜
긴장된 마음을 바로 느슨하게 만들고,
카테킨은 혈당의 가파른 변화를 막아
폭식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를 줄여준다.
게다가 ‘뜨거운 차’ 자체가
밤의 감각 과부하를 잠시 식혀준다.
우리가 밤에 먹는 건 대부분 배고픔이 아니라
감각이 허전해서인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값만 비싼 브랜드보다
작은 곳에서 정성 있게 만든 세작·우전을 선호한다.
맛이 깔끔해서 네 번까지 우려 마셔도 부담이 없다.
(내가 요즘 마시는 녹차는 맨 아래 정리해뒀다.)
과자는 0.1초면 뜯을 수 있지만,
차는 최소 10초는 기다려야 한다.
책은 한 장을 넘기기까지 잠깐의 호흡이 필요하다.
이 짧은 기다림이 식욕을 절반 이상 줄여준다.
감각이 먼저 잠잠해지는 동안
‘먹어야 한다’고 느끼던 마음이
‘꼭 지금 아니어도 되네’로 바뀐다.
이 10초를 만드는 게
밤 식욕 루틴의 핵심이다.
나는 한동안 식욕을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밤의 폭주를 만든 건 의지가 아니라 환경이었다.
- 혼자 있어서
- 피곤해서
- 감각이 비어서
- 뇌가 보상을 원해서
그러니까 먹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내가 바꿔야 했던 건
‘먹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그 순간의 환경을 다르게 만드는 작은 루틴들이었다.
- 카메라로 나를 바라보게 하고
- 식탁 위에 차와 책을 올려두고
- 10초의 틈을 만드는 것
그게 나를 붙잡아줬다.
거창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아주 작은 행동들이었다.
여전히 밤은 기운이 빠지고,
예민함이 올라오는 시간대다.
그건 어쩌면 평생 같은 패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폭주하는 나’를 무조건 탓하지 않는다.
그 순간의 나에게 필요한 건
혼내는 게 아니라 멈춤의 장치였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오늘도 식탁엔
카메라, 차, 그리고 책 한 권이 놓여 있다.
이 세 가지가 있어야
나는 나를 조금 덜 잃는다.
내가 사용하는 녹차와 -44KG 감량 방법,
매일 루틴템들은 여기에 따로 정리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