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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부티 Apr 29. 2024

사랑의 저묾은 늘 아프다

두 번째 마음

사랑의 저묾은 늘 아프다     


 사랑이 저물어가는 걸 느끼는 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린 것이나 상대를 향한 나의 호가 일방임을 확인했을 때의 씁쓸함과는 또 다른 아픔이다. 누군가를 온 마음을 다해 마음에 품었기 때문일까. 몇 달간을 온통 그로 나를 가득 채웠기 때문일까. 그렇게 소중히 품고 마음을 다해 전력으로 아끼던 사람을 이 마음에서 지워내야 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일까.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나는 고통스럽게 떨고 고요하게 자지러진다. 상대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고통인데 그를 지워내는데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선명히 느끼는 순간 머리에서 마음으로의 고통에서 마음에서 몸으로의 이전의 고통이 새롭게 시작된다. 자의로, 인력으로 비워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감정인데 끝내야 하기 때문에 끝내야 하는 마음과 끝내려는 의지마저 갖춰야 하는 것이 마지막까지 가혹한 짝사랑의 다함인 것을 이번 사랑을 보내며 나는 깨닫는다. 이제껏 홀로 외사랑을 감당해 온 사람에게 이별마저 숙제가 되는,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거절당한 마음을 겨우 추스르자 찾아온 나 혼자 하는 이별, 너무 아픈 사랑의 끝.


 함께 한 사랑은 내가 이편에서 홀로 이별을 감당하고 있을지라도 저편에서 한 때 사랑했던 혹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그 역시 자기의 슬픔을 감당하고 있으리란 것을 알기에 함께 사랑을 한 대가로 이별 또한 함께 통과한다. 서로를 애절해하며 서로를 아파하며 서로를 찌르며 결국엔 서로를 안아주며 함께 품었던 사랑을 그렇게 함께 이별해 준다. 하지만 짝사랑은 혼자 시작한 사랑이기에, 그 끝이 함께 하는 사랑이 되지 못했기에 이별마저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 더 시리게, 더 혹독하게, 온전히 홀로 묵묵히 그 끝을 맞이하고 통과하고 깨어난다. 홀로 외사랑을 감당해 온 사람에게 그 사랑을 정리하는 것마저 혼자 하는 사랑의 끝임을 깨닫게 하는 이 처절한 짝사랑은 사랑의 처연함과 깊게 베인 상처의 심연마저 끌어 앉게 하고 사랑의 마지막 순간에서조차 내 안의 순도 깊은 사랑을 확인하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사랑을 하고자 한다. 외롭고 고독한 외사랑일지라도 사랑은 충만하기에 혼자 한 사랑이라도 나를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데려다 주기에, 그 안에서 나만의 성장을 이룩하기에 나는 계속 사랑을 예찬하며 사랑의 저묾을 향해 끝없이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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