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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Sep 05. 2024

[소설] 사고 싶어요, 매력_소민의 몸 (4)

<소민의 세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beyonce1983/232





<네 번째 이야기>

소민의 몸_안소민 41세 도쿄 대학교 법학부 수석 졸업, 글로벌 자동차 회사 법무팀 최연소 팀장, 6살 아들 엄마




“Olivia네 카페 개업했다면서요?”

“파주에 있는 그 카페요?”

“그래요? 바다가 보인다던데??”

“파주에도 바다가 있어요?”

“강 아니야? 호호호.”

“아, 송도에 지난달에 오픈했어요.”

“송도에 또?? 첫째 무슨 발레 공연 하러 영국도 다녀왔다면서요, 몸이 몇 개인 거야? 대단해, 정말.”

“아이고,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일정이 몰렸어요. 요즘 그래서 Olivia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줬어요.”

“어머, 카페 오픈하고 그런 좋은 일 있음 알려줘요. 그 Oxford 반에 그 그 이름이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루루…”

“Lukas?”

맞아요, Lukas! 그 집 엄마 피부과 개원해서 그 반 엄마들 단체로 시술받으러 갔데요. 호호호.”

진짜요? 우리도 Olivia네 신상 카페 가야죠.”

“그래, 나도 Emma가 얘기해서 알았잖아요. 우리 Emma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 이야기 다 하는 스타일이잖아. Olivia가 발표한 거 듣고 둘이 대화를 했나 봐. 애들 웃겨. 엄마가 언니랑 영국 가서 자기는 아빠랑 있었다고.”

“아이들이 원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군요. Emma가 잘 챙겨줘서 쑥스러움 많은 Olivia가 유치원에 잘 적응했어요. 다른 친구들도 모두 친절하고 잘해줘서 Standford 반 친구들한테 참 고마워요.

“우리 어차피 커피 마실 거니까, 말 나온 김에 Olivia네 카페로 갈까요?”

“저야 괜찮은데, 여기서 차로 1시간 좀 넘을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오늘 애들 수영이랑 펜싱 있는 날이라 우리 한 두 시간 정도는 가능할 것 같은데요?”






소민을 포함하여 6명의 Standford Class의 엄마들은 Olivia의 엄마가 송도에 개업한 카페로 이동했다. 연희동에 있는 본점, 김포와 파주에 이어 최근 송도에 600평 규모의 4호점을 개소한 그녀의 네 번째 카페가 이곳 L 카페이다.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뷰를 마주하자 소민은 부모 참여 수업 이후 내내 이어지던 정체 모를 긴장이 살짝 풀어지며 긴 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했다. 탑 층에 자리를 잡고 내려가 카페를 둘러보는데 인테리어며 소품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유명한 카페들도 꽤 가본 소민이었지만 L 카페는 조명부터 탁자, 트레이, 집게까지 실용적이면서 동시에 뭔가 고급스러운 디테일이 있었다. 카페 곳곳에 주인의 세련되고 고상한 취향이 배어 있었다.



Standford Class의 엄마들은 대부분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아이들과 함께 팀을 짜서 수업을 하거나 엄마들끼리의 만남도 자주 가졌다. 단톡 방도 활기가 넘쳤다. 그중 Olivia의 엄마 윤아는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었는데, 보면 그녀를 찾거나 그녀와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화려하게 꾸미는 엄마들에 비해서 그녀의 옷차림과 스타일은 단정하고 수수한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 뭐랄까 자꾸 보게 되고 관심이 생겼다. Olivia의 엄마가 주문을 하러 간 사이, Olivia와 베스트 프렌드라는 Emma의 엄마는 윤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르 꼬르동 블루 파리 (Le Cordon Bleu Paris)와 함께 세계  3대 요리 학교로 손꼽히는 일본의 제과 교육 명문학교 '츠지제과전문학교’를 수료하고 연희동에서 카페를 시작했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다는 디저트와 음료를 골고루 들고 올라 걸어오는 그녀가 보인다.






“아니, Emma엄마가 방금 말해줬는데, 그 유명하다는 제과제빵 학교 두 곳을 다 다니신 거예요?”

“아 네.”

“대단하세요. 들어가기도 졸업하기도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하는 것마다 다 잘 되는 거야? 노하우 좀 알려줘요.”

"대학교 때부터 카페 창업을 했어요.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친구랑 둘이 시작했었어요.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열심히 했는데 임대료도 그렇고 메뉴 개발하는 것도 그렇고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두 번이나 폐업 신고도 했었답니다. 폐업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러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돈 모아서 프랑스에 갔어요. 프랑스 가서도 뭐 많은 걸 겪었지요. 친구들이 저보고 실패와 도전의 아이콘이라고...”

“정말요? 고생한 번 안 하고 살아온 얼굴인데.”

“지금 생각하니 다 필요한 경험이었지만 당시에는 힘들긴 했어요. 서울 올라와서부터는 제 힘으로 월세를 내야 했어서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었죠. 아르바이트 경험 부자예요. 제가 흐흐흐.”

“어머, 정말 예상 밖인데요! Olivia랑 Olivia 엄마는 고급스러움 그 자체라.”

“어렸을 때니 친구들 다 놀러 다닐 때 혼자서 일해야 하고 돈 벌어야 하는 게 참 서글프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나이 들고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그런 경험들이 꼭 필요했구나, 그래서 지금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머, 상상도 못 했어요. 반전이에요. 윤아 엄마, 완전!”

"너무 제 이야기만 한 것 같아요. 따뜻할 때 드세요. 살짝 매콤한데 요 토마토 할라피뇨 베이글이랑 올리브 치아바타 샌드위치가 제일 잘 나가요."

"어머, 진짜 맛있어요. 잘 될만하네요. 뷰도 예쁘고 음식도 커피도 정말 맛있어요.

“이게 시그니처 커피인 거죠? 완전 예술이에요.”

"Olivia네 카페 오길 잘했다. 또 이렇게 아니면 오기 힘드니..."

“제가 마음과 달리 먼저 말 거는 게 나이 먹어도 참 어려워요. 다들 너무 멋지시고 성격도 활발하셔서 대화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기도 하고요. 오늘 저희 가게 오신다고 해서 살짝 긴장했었는데 모시기를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말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하시나요. 윤아 엄마 다시 봤어요. 늘 조용해서 불편한가 했어요. 사실 윤아 엄마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눈치 봤잖아. 하하하.”

“제가 오해를 불러일으켰네요. 전혀 아니어요. 저도 Jason 어머님과 대화 나누고 싶었어요.”



두 시간의 수다가 후딱 지나가서 아쉽다는 엄마들과 달리, 소민은 엄마들과의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졌다. 무례하거나 선을 넘는 사람도 없었고, 시댁, 남편 욕 혹은 자랑으로 이어지는 비생산적인 대화도 아니었고 심지어 소민이 평소에 관심이 많은 주제들도 있어서 흥미로웠는데도 시우의 영어 공부, 시험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와는 달랐다.






to be continued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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