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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Sep 10. 2024

[소설] 헬로 시스터_지민 그리고 지수의 몸 (1)

지민의 몸_이란성쌍둥이 엄마,  합창단 소속 피아니스트,  프리랜서 피아아니스트, 33살, 164cm 65kg

지수의 몸_대기업 소속 큐레이터, 30살, 167cm 50kg





“언니 또 왔어?”

“좀 전에.”

“지난주에도 형부랑 싸워서 집에 오더니, 며칠 됐다고 또 짐 싸서 온 거야?”

“언니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니? 쉬게 두자,”

“좋게 오는 것도 아니고, 자꾸 저러니 답답해서 그렇지. 요즘 엄청 바쁜데 오늘은 시험 공부 하려고 일찍 왔단 말이야.

“지수 네가 조금만 이해해 줘. 태건이랑 태형이 유치원도 가야 하니 오래 있지는 않을 거야.”

"하... 애들 있으면 집중하기 힘들어."

"아유 그러네. 내가 언니한테 얘기할게."

"아니야, 엄마. 내가 나갔다 올게."

“지수야, 어디 나가?”

“시험 준비 해야 해서 스터디 카페 가려고.”

“우리 있어서 그래?”

“중요한 시험이고 요즘 회사 때문에 바빠서 거의 못 봤어. 태건이 태형이 저렇게 계속 뛰고 싸우잖아. 그리고 언니 과자 부스러기 좀 치워줘. 엄마 허리도 아픈데 그거 청소기 들고 하려면 힘드셔.”

“어? 안 흘리게 잘 대고 먹었는데.”

“언니 티셔츠에도 다 묻었어, 일어나면 다 흘릴 거 아니야.”

“…….”

“살 뺀다 하지 않았어?”

“디톡스 다이어트로 3kg 정도 빠졌는데. 다시 올라왔나?”

“아니, 매번 살 뺀다고 홈쇼핑에서 다이어트 제품 방송하면 다 사길래. 차라리 밥을 충분히 먹어, 과자로 배 채우지 말고. 칼로리 엄청 나.”






새로운 팀에 합류하며 전임자가 싸 놓은 폭탄들을 인수인계도 없이 떠맡게 되어 몇 달째 회사 집만 쉴 틈 없이 오가던 나날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새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유 대리가 이직을 하며, 팀원들의 업무는 더 늘어났다. 충원 전까지 야근은 물론 회사 생활의 큰 즐거움이었던 점심시간까지 쪼개어 일을 해야 할 판이었다. 오늘따라 정기회의에서도 깨지고 눈도 침침, 목과 어깨도 뻐근하여 집에 가서 푹 쉬다 시험공부를 할 계획으로 퇴근도 서둘렀는데... 현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지민과 조카들의 신발을 마주하자 지수는 힘이 탁 풀렸다. 진하고 매콤한 엄마표 된장찌개와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수육으로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포근한 소파에 앉아 엄마와 수다를 조금 떨다가 초집중하여 시험공부를 한 후, 안마 의자에 누워 오늘의 마지막을 장식하려고 했던 지수의 소박한 계획은 철저히 무산되었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머리를 굴려 보니 최근에만 네다섯 번은 족히 되었다. 퇴근 후 안락한 저녁에 대한 계획이 번번이 무산되며 점점 더 이렇게 될 수 있겠다는 예상은 지수의 피로도를 한층 상승시켰다.




드라마에 심취한 지민은 퇴근하여 들어온 지수를 보지 못했다. 엄마를 닮아 날씬하고 예뻤던 지민이 소파에 눕다시피 앉은 채 여기저기 가루를 흩날리며 과자를 봉지째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지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중문 옆에는 얼마 전에도 와 있던 빨간색 여행용 캐리어가 굳게 서 있었다. 남편과 싸울 때면 지민은 짐을 싸서 친정에 왔다. 그렇게 졸업하고 결혼식을 올리라고 하던 엄마, 아빠의 간곡한 부탁과 회유와 협박에도 사랑에 흠뻑 빠져 그 몇 달조차 기다릴 수 없었던 지민은 졸업을 몇 달 앞둔 4학년 7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천주교가 모태 신앙인 형준과 독실한 신자인 그의 부모의 완곡하지만 강경한 제안으로 지민과 형주는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의 꽃인 신부가 하객들을 맞이하며 사진 촬영을 하는 성당의 대기실은 어두웠고, 장식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아 초라하기까지 했지만 지민은 그조차도 괜찮았다. 형준과 함께하는 1분 1초가 소중하고 행복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연일 뉴스에 온열 질환자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던 2018년 7월, 서울의 외진 성당에서의 결혼식은 끝날 듯 끝나지 않았고, 마침내 끝난 본식 후의 피로연을 위한 공간은 사전 방문 때 보다 훨씬 더 협소해 보였고 더웠다.






to be continued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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