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001] 리더십의 시대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집이나 카페를 나설 때면 자연스레 마스크를 찾고, 이동하기 전 화장실에 들러 손을 주기적으로 씻는다. 교육이나 회의를 할 때 서로 거리를 두고, 재채기라도 하는 사람이 있는 지하철 칸은 피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위생 인식이 높아진 것 이상의 우리가 살아가는, 존재하는 방식의 변했고, 이는 단순히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것 너머 ‘일상’의 변화를 만들었다. ‘이상’ 현상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새로운 일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neo-reality를 살아가야 한다. 코로나 19가 만든 언택트 시대의 중심에는 물리적 단절이 있었고, 이는 우리 조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이전, 기업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권력은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을 하는 사회구조가 만든 약속된 시간과 공간의 지배였다. 사실 임금을 대가로 우리가 제공한 것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우리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권한이었고, 기업이 시공간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에 있다. 가장 효율적인 경영관리 방식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또 직급 간, 팀 간 직접 소통 실시간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업무 능률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이는 꽤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적어도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이런 구조의 맹점은 분명하다. 산업 혁명 이후 헨리 포드가 만든 포드식 경영은 ‘인간의 인간성을 배제’하고 기계화하여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 우리의 교육도 거기에 맞춰 기술적으로 뛰어난 학생을 만드는 것에 대해도 할 얘기가 많으나... 다음 기회에 - 문제는 기계화된 인간이 하던 일을 이제는 기계가, 오차와 오류 없이 월등한 효율로 해낼 수 있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이제는 인간의 창의성, 순발력, 위기 대처 능력, 공강 능력과 같은 인간다움이 발현되지 않는 조직은 도태의 위기에 처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코로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는 철저한 관리와 통제를 기반으로 하는 경영관리 구조를 무너뜨려주었다. 여러 회사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였고 (혹은 할 수밖에 없었고), ‘생각보다’ 재택근무를 해도 큰 문제가 없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오히려 재택근무 전환 이후 능률과 업무 효율이 더 오르는 기업들도 생겼다. 많은 개인들은 ‘회사에서 하루 종일 하던 업무들이 재택근무 2, 3시간이면 충분하더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기업들은 재택근무 도입과 함께 고민에 빠졌다. 직원들은 느긋 - 이라고 쓰고 게으름이라 읽는다 - 해졌고, 동기와 동력을 잃었으며, 주어진 최소한만을 의욕 없이 하거나 혹은 그마저도 못 해내면서 불만과 불평은 더 늘어갔다. (물론 이는 관리자의 관점이다, 직원들의 입장은 들어보지 않은)
과연 그 직원들은 재택근무가 시작되며 게을러진 것일까? 갑자기 집에서 일을 하니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책임감이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그랬던 사람들을 관리와 통제 기반 구조 안에서 억지로 끌고 가던 것일까?
직원의 무능과 수동성으로 골치 아파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그 와중에 더 높은 효율과 능률을 경험한 기업들도 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변한 것은 업무 환경뿐이 아니다. 사람이 바뀌었다. 소위 MZ세대, 그중에도 Gen Z로 불리는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종족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요즘 조직문화 컨설팅을 가면 만나는 대부분의 기업은 '세대 차이'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MZ'와 같은 키워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는 이후에 더 자세히 다루겠으나, 중요한 건 지금의 경영진과 관리자들은 MZ세대를 이해하고, 동기 부여하고, 이끌어 가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의욕 없어 보이는 MZ들을 조직의 방향성에 맞춰 이끌어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코로나의 개입과 MZ의 출현은 그렇게 우리가 관심 갖지 않던 조직의 숨겨진 단면에 관심을 갖게 해 주었다. 이제 우리 조직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역할과 책임이 얽힌 매트릭스 구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각 역할과 책임을 해내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로 만들어져 있음을 인지하고, 그들을 이끌어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그 핵심에 사람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 리더십이 있다. 임금을 볼모로 시공간을 움켜쥐고 채찍질하는 기업의 관리 중심 경영은 코로나와 함께 '리더십이 부재할 때 생기는 문제'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더 이상 팀원들은 통제와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그런 환경에서 발휘되는 팀원들의 잠재력은 minimal 했다. 게다가 그 통제력마저 잃은 상황이라면 더 이상 팀원들을 조직의 의도에 맞게 움직일 조금의 레버리지도 남아있지 않다. 결국 팀원들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리더십이라 부른다.
리더십이야말로 MZ 세대들을 이끌고 언택트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경영자들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며,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은 문해력만큼이나 중요한 핵심 역량이 될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