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003] 관계의 중요성
사람을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리더십의 대상이자 핵심은 <사람>이라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사실 제목에 이미 쓰여있듯),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관계>에서 시작된다.
강연이나 교육을 봐도, 리더십의 기술이나 성질을 이야기할 때 관계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통해 리더십을 배운다. 실제 리더십은 리더와 팔로워 간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멱살 잡고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 이상, 사람이 스스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불가능을 가능성으로 만드는 힘이 관계에 있다.
아이들을 예로 들어보자. 초등학생까지의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리더는 부모님이다. 사춘기가 오면서 이 관계가 달라지며, 청소년들을 가장 움직이는 리더는 친구나 형, 누나들이 된다. 때로 게임에서 만난, 얼굴도 본 적 없는 형이 내 인생에 가장 의미 있는 존재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다.
신기하게도, 부모님이 말하면 귓등으로도 안 듣던 아이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말을 게임에서 만난 이름도 모르는 형이 할 때 깊게 생각해본다. 결국 무슨 말을 하느냐, 어떻게 전달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냐,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느냐 이다.
실제로 EBS에서 한 실험을 소개한 적이 있다. "약간의 반란은 필요한 것이다"라는 문장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그룹 A에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한 말이며, 그룹 B에는 소련의 독재자 레닌이 한 말이라고 했을 때, 그룹 A의 학생들은 대부분 찬성했고, 그룹 B의 학생들은 대부분 반대했다고 한다. 이처럼 같은 문장이라도 누구에게서 왔다고 믿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아무 이름이나 갖다 붙이는 인터넷을 비꼬는 아래와 같은 웃픈 짤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비슷한 의미에서,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 "10분만 대화할 수 있을까요?"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만약 당신의 20년 지기 친구가 와서 물어본다면?
전자의 경우, 내가 시간이 있는지를 고민하기 전에 먼저 '뭐야, 이 사람 누군데?'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관계없는 사람의 말은 내용 자체를 들을 생각이 없는 게 당연하다. 후자의 경우, 내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고민할 것이며, 좋은 친구라면 웬만하면 시간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내 시간을 조율할 수도 있다. 가능성은 여기서 만들어진다.
관계가 없는 사람의 말은 아무리 맞는 말, 도움이 되는 말이라도 들리지 않고, 내가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일 뿐 아니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기까지 하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상대에 대한 인식이 결정할 뿐이다.
좋은 관계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신뢰와 존중이 바탕이 되는 관계에서는 진솔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서로의 말이나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를 더 오픈하게 된다. 이렇게 관계를 기반한 소통 창구는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들리도록 한다.
더 나아가,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무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은 사람의 본능이다. 2살 배기 어린아이가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조개껍질을 주워 엄마에게 가져다주듯이,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사이에서 기꺼이 움직인다.
리더는 팔로워를 움직이고자 한다. 모르는 사람의 10분의 시간이라도 나를 위해 쓰도록 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 관계가 달라진다면, 10분이 아니라 30분, 1시간이라도 나를 위해 내주고자 하는 태도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억지로 그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 그가 스스로 자신의 의지로 내가 제시하는 방향을 선택하도록 하는 일이며, 그것을 자신의 방향으로 수용하는 일이다. 좋은 리더십은 여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