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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하늘 Oct 29. 2022

리더십 언어 #5 - 인정 (2/4)

[리더십#016] 인정과 칭찬의 차이

1. 칭찬의 함정

    <인정하지 말고 칭찬하라>는 문장을 꼭 기억하자. 특히 부모나 강사, 관리자처럼 나의 언어가 다른 이의 성장이나 심리,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정과 칭찬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상대의 기를 살려주거나, 기분 좋게 해 주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자주 칭찬을 했을 때 큰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칭찬>은 좋은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이다. '긍정적'이라는 단어에 속아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두 가지 단어는 <결과>와 <평가>이다. 

    

    또, 칭찬은 <평가>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앞서 지적에 대한 내용과 비슷하게, 상대와의 관계가 칭찬하는 사람으로 맺어지면, 결국 평가하는 사람으로 나를 여기게 된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 관계도 원활할 수 있으나, 발표를 망치거나 시험을 못 봤을 때, 내가 칭찬받고 싶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싶은) 사람이 더 이상 칭찬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될 때 사람은 좌절하고, 스스로를 가치 없는 사람이라 여긴다. 칭찬으로 쌓은 자신감은 한 번에 휩쓰려 갈 모래성과 같다.


    먼저 칭찬은 <결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정은 고려되지 않은 채,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어떤 열정과 열심을 다했는지와 무관하게 결과만 가지고 판단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초등학교 내내 수학 시험 100점을 놓친 적 없는 아이는 시험 때마다 부모님이 크게 기뻐하며 칭찬해주셨다. "우리 딸 정말 똑똑하네. 잘했다.", "우리 딸은 천재인가 봐. 누굴 닮아서 이렇게 수학을 잘하지?" 시험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어느새 아이의 존재에 대한 평가로까지 이어진다.

    중학교에 올라가며 멘붕에 빠진다. 수업은 어렵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부모님의 기대감에 마음은 갈수록 초조해진다. 수학 시험 날, 가장 어려운 두 문제에서 막히고 만다. 아이는 상상한다. 100점이 아닌 성적표를 보며 부모님은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아이는 망설이다가 옆에 앉은 친구의 답안지를 슬쩍 곁눈질한다. 

    과정이야 어떻든, 100점을 맞아 부모님께 성적표를 드린다. 부모님은 여느 때처럼 기뻐하시며 아이를 안아준다. 반복되는 칭찬은 더 이상 아이의 기쁨이 아닌 안도일 뿐이다. 이번에야 반칙을 써서 어떻게든 넘어갔지만,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자신조차 알 수 없다.


    칭찬은 리더를 평가자로 만들고, 내가 기대거나, 질문하거나,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이 아닌 잘 보여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동시에 인정의 욕구와 조직의 생존 욕구가 동시에 달렸기에, 리더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은 결국 팀원의 마음 안에 지적만 반복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든다. 


    수능이 끝나고 나오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으면 어떤 답이 가장 많이 나올까? 아마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와 같은 말일 것이다. 그럼 실제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들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어땠어? 잘 봤어?", "어려웠어? 몇 개 틀린 것 같아?"이다. 우리에게는 경쟁 사회 속 결과 중심 사고가 되려 익숙하기에, 칭찬도 긍정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결과 평가 중심 사회가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다. 




2. 칭찬이 아닌 인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긍정적인 언어로 팀원들과 관계 맺고 동기 부여할 수 있을까? 바로 <인정>의 기술을 사용하는 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인정은 <상대의 과정을 알아주는 일>이다. 칭찬은 '결과'를 '평가'하는 것과 대조해, 인정은 <과정>에 집중하며 평가하지 않고 <알아주는> 노력이다. 

    수학 시험을 100점 맞은 아이에게 "잘했어. 정말 똑똑하다."라고 말하는 대신, "매일 3, 4시간씩 열심히 수학 문제집 풀더라. 고생 많았어!"라고 말해줄 수 있다. 결과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면 "결과까지 좋게 나와 기분 좋겠다." 정도의 공감의 말을 더해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기억해야 할 아주 중요한 지점이 있다. 인정은 과정에 집중해야 하므로, 결과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아이가 수학 시험에서 50점을 맞고 왔어도 동일한 문장을, 같은 표정과 같은 말투로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매일 3, 4시간씩 열심히 수학 문제집 풀더라. 고생 많았어!" 

    정말 중요한 건 문장이 아니라 진심이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속으로는 "하아.. 얘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막막함과 속상함이 가득하다면 눈빛 하나, 미소 하나에서도 상대는 진심을 느낀다. 인정은 억지로 할 수 없다. 마음이 말에 담길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과정을 알아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칭찬은 결과만 보고 말하면 되니,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결과 보고서 하나만 쓰윽 보고도 "잘했다, 멋지다"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과정은 지속적으로 상대를 지켜봐야 가능하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느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관찰하지 않고는 그 과정을 알아줄 수 없다. 

    신입 사원이 보고서 작성에 열심이다. 필요 이상으로 정렬과 색감 같은 디자인에 몰두하는 게 걱정된다. 예상대로 시간 안에 보고서가 완성되지 못한 채 가져온다.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고, 과정 또한 바람직하지 못했다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거나, 뺀질거린 게 아니라는 점도 관찰할 수 있다. 시간 내에 업무를 완수하는 것은 중요하며, 디자인보다는 핵심 내용을 채우는 데 먼저 집중하라고 말해줄 수 있겠다. 그 사이 "꼼꼼하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하고, 여러 레퍼런스 찾아보며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열심히 작업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끼워 넣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렇다면, 인정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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