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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하늘 Oct 29. 2022

리더십 언어 #5 - 인정 (3/4)

[리더십#017] 인정하는 방법

    인정은 관찰 - 표현 -감사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관찰]

    리더십의 5가지 언어는 모두 리더가 팔로워에게 가지고 있는 관심과 진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칭찬과 인정의 차이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정은 상대를 관찰하는 태도에서 시작한다. 관찰, 지켜보는 행위는 상대에 대한 관심을 의미하며, 관심 안에는 상대에 대한 호기심, 존중, 신뢰 등 다양한 마음이 녹아 있다. 


    관찰이 감시가 되지 않아야 한다. 관리자들에게는 초능력이 한 가지 있다. 직원들을 한 번 둘러보거나, 결재 서류들을 쭉 둘러보면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기가 막히게 집어낸다. 틀리 것을 찾는 데에는 귀신같다. 관찰을 한다며 팀원들을 지켜보다가 각자의 문제점을 하나씩 발견하며 끝이 났다면 관심과 호기심으로 지켜본 게 아니라 감시와 평가의 눈으로 봤다는 의미가 된다. 

    관찰은 그의 행동을 면밀히 본다. 어떤 사람이든 하루의 모든 행동이 옳은 사람도, 모든 행동이 틀린 사람도 없다. 내용은 부실하더라도 센스 있게 디자인했거나, 결과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좋은 의도를 가지고 열심을 냈을 수 있다. 사람 중심 사고 안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온전히 관찰하다 보면 인정할 내용은 언제든 찾을 수 있다.  

    


    [표현]

    인정 기술의 본론으로, 인정하고자 하는 상대의 행동과 그 안에 담긴 노력들을 표현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의 핵심은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관찰한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표현해야만 상대에게 나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


    선배 컨설턴트가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안전문화 관련 컨설팅을 할 때의 일이다. 미팅을 위해 프로젝트 총괄 PM, 안전 팀장과 강의장으로 가던 중, 가깝지 않은 거리에 중동의 뙤약볕을 맞으며 열심히 일하는 작업자 10명 남짓이 있었다. 모두가 안전모를 벗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중 유일하게 한 명만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인정의 기술에 대해 막 배운 안전 팀장은 지적하기보다 인정해야겠다는 마음에 안전모를 쓴 한 명을 콕 집어 가리키면서 엄지를 척 치켜들고는 "Great Job"이라고 크게 외쳤다고 한다. 

    약 1시간이 지나고, 미팅을 마친 후 그들은 다시 같은 길로 돌아갔다. 과연 작업자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놀랍게도, 마지막 한 명까지 안전모를 벗고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안전 팀장은 민망해했고, 조직문화 컨설턴트의 호기심에 선배는 그를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왜 그 사이 안전모를 벗으셨나요?"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그는 민망해하며 답했다.


"더운데도 땀 흘리며 일하는 게 멋지다는 줄 알고, 안전모까지 벗어던지고 더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는 자신에게 엄지를 치켜든 사람이 안전 팀장 인지도, 거리가 멀어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랐다. 다만 엄지를 보고 좋은 말이겠지 생각하고, 높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기분이 좋아서 더 동기 부여가 됐던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다. 하나는 리더의 언어, 특히 인정과 같은 긍정 언어가 팔로워를 동기 부여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그 언어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정이 구체적일 때, 리더는 자연스레 자신의 가치, 우선순위를 전달한다. 관리자가 지나가며 작업을 열심히 하는 걸 말한 거라 생각한 작업자가 더 열심을 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관리자가 "작업에 열심히 임하는 행동"을 기뻐하고 인정한다는 걸 알게 되며, 관리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더 집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안전 팀장이 작업자들에게 다가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지적도 하지 않은 채 그 한 분에게 "고생이 많으십니다. 날이 더워서 땀도 많이 나는데,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며 안전모를 잘 착용해주셨네요. 자신과 우리 현장의 안전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구체적인 행동을 언급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1시간 후, 그 말을 들은 다른 이들까지 안전모를 썼을 가능성이 높다. 혹 그렇지 않더라도, 그 한 사람이 안전모를 벗을 확률은 현저히 줄어들리라 확신한다. 


    더불어, 구체적인 행동이나 노력에 대한 인정은 리더가 얼마나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디자인 작업에 몰두하던 신입 사원을 다시 떠올려보자. 미완성의 결과물만 보고 화를 내는 리더와 결과물은 부족했지만 그 과정에 내가 어떤 부분에 신경 쓰고 노력했는 지를 알아주는 리더 중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을까? "나를 지켜보고 있구나.", "나의 노력을 알아주는구나"의 감각은 리더-팔로워 사이의 신뢰로 이어진다.



[감사]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구체적으로 콕 집어 팀원이 노력하고 있는 행동을 인정하면서도 역효과를 내는 케이스가 있다. 리더십 교육에서 인정의 기술을 배운 어느 대기업 팀장은 마침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출근하는 A 과장을 떠올리며 내일 당장 그를 불러 인정해주겠다고 했다. 

    다음 날, 팀장은 A 과장을 불렀고, 실천 코칭 차원에서 나도 옆에 함께 앉아 있었다. 팀장은 진정성 있는 표정, 다정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자네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출근하는 모습이 아주 대견해. 앞으로도 부지런하게 파이팅하세."


    A 과장은 멋쩍은 반쪽 미소를 지으며 "하하, 뭘요." 하고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한 팀장 역시 말을 잇지 못했다. 묘한 정적이 조금 흐른 후에 "그럼 수고하게." 하는 말과 함께 자리는 마무리됐다. 뭐가 문제였을까?


    인정의 표현은 어떻게 마무리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처럼 "대견해", "앞으로도 파이팅하세"로 마무리되는 문장은 결국 상대에 대한 평가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는 부담스러운 압박으로까지 느껴진다. A 과장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저런 말을 왜 하지? 일찍 오지 말라는 말인가?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며 눈치를 볼 수도 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보랬다고, 어떻게 마무리하는지에 따라 내가 하는 말의 의도가 달라진다. 칭찬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인정은 과정을 <알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평가는 평가받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알아주는 건 상대의 행동에 대해 내가 느끼는 바를 말한다. 그렇기에 인정의 표현을 할 때, 마무리는 나에 대한 이야기될 때 효과적이다. 


    부담을 주려는 의도가 아님을 명확히 하고, 상대에게 나의 관심과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기 위해, 좋은 인정의 언어는 상대의 행동이 드러내는 <상대의 어떠함>이 아닌, 그 행동이 나에게, 동료들에게, 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는지, 즉 그 행동에 <내가 부여하는 가치>를 전달한다. "대견해", "자네 참 성실하구먼"이라는 말 대신 "매일 가장 먼저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꾸준함과 성실함이 왜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배웁니다. 고마워요.", "다른 동료들도 자극받고,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당신 행동의 객관적 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그 행동이 나와 우리에게 미친 영향, 그 행동이 왜 '나에게' 가치 있는지를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의 영역에서 전달하면 자연스레 감사의 표현으로 끝맺게 된다. 


    또한, 인정의 표현이 주관적인 영역, 개인적인 영역임을 기억해야 한다. 인정의 기술을 배우고 나면 으레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평소에 표현하기는 민망하고 낯 간지럽다 보니, 공식 석상, 주간 회의 같은 자리에서 "A 과장이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성실함이 왜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배웁니다.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아마 다른 직원들은 눈치가 보일 것이다. 평소 늦게 출근하는 이들은 가시방석이고, 성실히 나온 이들은 왜 저 사람만 말하는지 시기할 수 있다. A 과장이라고 기분이 좋을까? 불편하고 민망한 건 그도 마찬가지다. 


    인정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다. 이는 그 사람에게 전해야 하는 나의 마음이지, 모두가 보는데서 표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꼭 따로 불러내서 빈 세미나실에서 속삭이며 할 필요는 없더라도, 눈을 마주 보고 1인칭으로 직접 전달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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