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015] 인정하는 말의 힘
다섯 가지 언어 중 조직 맥락에서 이미 가장 많이 활용되는 리더십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이다. 언어는 사람 사이에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도구인 동시에, 쉽게 왜곡되고 편향되어 많은 오해를 유발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같은 것을 지칭하는 여러 개 단어가 있고, 또 같은 단어가 지칭하는 여러 의미가 있다 보니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정말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 의도, 생각,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언어라는 도구의 숙련도는 높을수록 좋다. 그중에도 인정하는 말은 조직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조직문화 컨설팅을 하다 보면 경영진/C레벨은 세대 갈등, 성과 부진, 팀 간 갈등, 리더십 부재 등 여러 조직의 이슈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종종 묻는다. 문화적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관계에 있으며, 관계를 혁신하기 위해 딱 한 가지 노력만 할 수 있다면 서로 <인정하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답한다.
[인정하지 않는 사회]
리더/관리자가 팀원들과 일대일로 만나 대화하는 원온원(1 on 1) 문화를 조직에 도입할 때 만나는 큰 문제가 있다. 팀장이 "김 대리, 이번 주 수요일 오후에 원온원 면담 좀 합시다"라고 말하는 순간, 김 대리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1:1 면담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조직에서 팀장이 따로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기대하거나 설레 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찾기 힘들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대부분 면담은 뭔가 잘못했을 때, 혼낼 일이 있을 때, 지적 사항이 발견되면 하는 것으로 우리는 인식한다. 처음은 부드럽게 나의 근황을 물으며 부드럽게 말할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두려움은 더 커지고 키보다 높은 방어 기제가 올라간다. 무슨 심각한 일이길래 이렇게 쿠션을 까는지 알 수 없으니까. 이는 파블로프의 개와 다를 바가 없다. 면담은 지적, 평가, 훈계이다.
조직에서 조직문화 진단을 위해 인식조사/인터뷰를 진행할 때, "지난 1년 간 내가 들은 칭찬/인정의 말과 지적/훈계의 말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를 묻는다. 분명 비율을 물었으니 수치로 답이 올 법한데,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목격한 반응은 주로 어이없다는 표정과 "이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인정이라는 걸 제대로 받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와 같은 문장이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신이 존중받으며 일한다고 느낄 수 있을까? 일에 의욕과 열정이 생기는 게 가능할까? 많은 회사들이 디폴트로 장착하고 있는 기업문화는 <잘한 건 당연한 것>과 <작은 실수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의 태도이다.
이는 우리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 참 이상하게도, 한국 교육과 기업의 평가에서는 어느샌가 100점이 기준이 되었다. 97점이면 한 문제 틀림, 93점이면 우 문제 틀림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분야를 배우자마자 평가할 때 10개 중 8개만 알아도 칭찬할만한 일 아닌가 싶지만, 지나친 경쟁 탓에 우리는 "몇 개 틀렸어?"를 기준으로 여긴다. 비슷한 의미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오답노트를 만들 때 틀린 문제를 안 틀리기 위한 노력은 하나, 어떻게 하다 보니 맞췄거나 찍어서 맞춘 문제는 안 틀렸으니 넘어가곤 한다.
조직의 맥락에서도 여전히 이미 맞은 문제나 그 과정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평가자가 내게 하는 말의 99%가 틀린 것에 대한 지적인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해갈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사람이 평가자의 자리에 섰을 때, 어떤 언어를 갖추고 있을지도 상상해보자. 조직에 가장 필요하나 가장 부재한 것 중 하나로 주저 없이 인정의 언어를 꼽겠다.
[인정하는 말의 힘]
리더십은 관계에서 시작한다. 관계를 맺는 핵심 기술, 인정하는 말은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를 전환해준다. 인정 없이 지적만 말하는 리더는 어느새 팀원들에게 평가자, 감시자로 인식된다. 자연스레 피하고 싶은 존재가 되며, 마주해야만 하는 - 보고나 미팅 등 - 상황에는 나의 의견, 통찰, 분석이 아니라 이 자리를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리더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며 상황을 모면한다. 팀원들이 점점 역량은 줄고 눈치만 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높은 벽이 둘 사이를 막고 있다는 의미이다.
인정의 언어가 추가된 리더의 소통은 팀원에게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준다. 나를 필요로 하고,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그럼 그 역시 리더를 존중하기 시작한다. 평가자에서 조력자로, 감시자에서 지원자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관계가 바뀌면 팀원 역시 리더에게 관심을 갖는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리더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찾던 이가, 이제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의 방향성에 기여하기 위한 사고방식으로 임한다. 상호 신뢰, 심리적 안전을 기반으로 한 관계 안에서 그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동참한다.
더불어 관계의 전환은 그들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지적이나 훈계의 말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관계의 중요성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우리는 상대를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지, 동의할지, 혹은 반대하거나 무시할지의 판단을 한다.
인정하는 말에는 다양한 모양과 형태가 있다. 먼저 <인정>과 <칭찬>이라는 개념을 분별하여 왜 칭찬을 하면 안 되는지 알아본 후, 인정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고자 한다. 그 이후 격려, 온화한 표현 등 인정의 말로 활용될 수 있는 다른 언어 기법들을 함께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