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014] 팀원과의 관계 형성
사랑의 언어로서 <함께하는 시간>는 본래 "함께하는 동안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눈을 마주치는 것,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내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등, 이 사람이 나와 함께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 번째 <시간>은 팀원과 함께하는 시간에 있다. 팀원의 시간을 가치 있게, 효과적으로 만드는 걸 돕고, 리더의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얻은 여유의 시간을 업무 피드백 외에도 팀원들을 알아가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업무를 위한 <권한 부여 - 확인 프로세스> 외에 리더로서 팀원들과 관계 맺는 시간이다.
관계가 중요함을 계속 강조했다. 리더-팔로워 간 관계 형성의 중요성도 수차례 반복했다. 그 관계를 건강하고 두텁게 만들어가는데 아주 유용한 도구는 온전히 그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일이다.
아이들이나 반려견의 이름을 묻고, 지난주 코로나에 걸린 아내/남편의 안부를 확인하고, 최근 시착한 취미 생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정도를 지키는 선에서) 상대를 궁금해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당신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여기서 상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그 중심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사랑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리더 역시 묻고 확인하는 질문 뒤에는 언제나 상대에게 집중하는 행위, 눈을 마주치고 반응하며 상대의 이야기에 온전히 경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청 Active listening의 여러 정의 중 '온전히 집중하며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 paying full attention and let them have a say'라는 문장은 단순하면서도 경청의 본질을 잘 묘사한다. 경청에는 1) 분산되지 않는 집중과 2) 상대 의견에 대한 존중이 필수적이다.
사람의 기본 듣기 방식이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상대의 말을 평가하며 듣거나, 나의 옳음을 주장하기 위해 상대를 틀린 것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두려워하기에, 미팅 중에 내 이름과 책임이라는 단어가 함께 나올 때 아주 예민해지고,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의견에 괜한 꼬투리를 잡음으로써 지적 우위에 있으려 노력한다. 이런 묘사를 보며 꼰대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 이렇게 듣는 존재를 <사람>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모두 이런 태도로, 나의 옳음과 나를 보호하는 태도로 상대의 말을 듣는다.
1) 분산되지 않는 집중
그러다 보니, 상대의 첫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어떤 말을 할지 다 안다고 생각하고, 내가 할 말을 생각하느라 뒤에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상대의 발언에 마지막 마침표가 찍힐 때까지, 어떤 평가나 판단을 내리지 않고 끝까지 들어보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크게 방해되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생각, 의견, 판단, 상대에 대한 편견 등이다.
신입 사원이 팀장에게 보고를 하러 들어가서 리포트에 대한 의도와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려 할 때, 두 마디 정도를 듣고 "아 뭔 말인지 아니까 두고 가."라고 잘라버린다면 어떨까? 신입 사원은 팀장이 자신을 신뢰한다거나, 자신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것이다.
4살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운 걸 자랑하고 싶어서 "엄마 사과가 영어로 뭔지 알아?"라고 물을 때 "사과는 애플이잖아. 근데 그게 뭐?"라고 답하는 엄마는 세상에 없다.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은 4살과 40살이 그리 다르지 않다. 애 취급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다 큰 어른이 무슨"과 같은 편견만 벗어버린다면, 서로를 같은 태도로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면 관계는 크게 달라진다.
2) 상대 의견에 대한 존중
다 듣고 나면 객관적인 사실을 떠나, 상대의 관점과 인식에서 충분히 그러할 수 있음을 존중할 수 있다.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될 필요 없고, 코끼리를 만진 장님들의 이야기처럼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할 뿐이니까. 그 사람을 존중한다면, 그 사람이 보는 세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을 함께 보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감정을 느낄지, 어떤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어떤 욕구가 결핍되어 있는지도 느낄 수 있다.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며 관계는 점점 단단해진다.
이러한 경청의 기술은 업무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사담에서도 얼마든지 활용된다. <함께하는 시간>의 언어로 팀원에게 리더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온전히 상대의 안부나 고민에 집중하는 대화를 하길 바란다.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 낸 김에/생각난 김에 지난 업무에 대한 지적이나 우려를 표현한다면 팀원의 입장에서는 이런 얘기하려고 밑밥 까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안부를 묻고자 했다면 안부만 묻자. 상대의 지난 휴가 이야기, 감기 걸린 아이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해 듣고 공감하자. 그리고 대화를 마무리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자. 조직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소통 방식은 자칫 팀원들의 방어 기제를 자극할 수 있다.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불러서 안부를 물으면 당황하며 눈치를 살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내가 시도하는 새로운 노력이 팀원들에게 수용되길 바란다면, 의도적으로 내 목적에 100% 부합하는 행동만을 취해야 한다. <함께하는 시간>을 주고자 했다면, 그 외에 다른 내용으로 진정성을 훼손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