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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하늘 Oct 25. 2022

리더십 언어 #4 - 시간 (1/3)

[리더십#012] 팀원의 시간을 의미있게

    <함께하는 시간>의 언어는 Quality time, 즉 귀중한 시간, 의미 있는 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리더로서, 또 관리자로서 시간관리, 나의 시간뿐 아니라 팀원들의 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시간>이라는 언어는 세 가지 측면에서의 Quality 향상을 야기할 수 있다. 


1. 팀원의 시간

    출근을 해서 퇴근하기까지,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 언제 힘들어질까? 나를 힘들게 하는 직장 상사와 아무리 쳐내도 끝나지 않은 업무 요청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의미 없게 흐르는 시간>은 매우 강력하게 우리의 의지를 무너뜨린다. 


출처: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


    2017년 방영한 <김과장>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해고할 수 없게 되자, 제2 대기실로 발령을 낸다. 대기실이라고 불리는 장소는 사실상 복도에 비치된 책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방치되는 자리였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어떻게 상황을 타계하는지와 무관하게, 이미 제2 대기실에 와있던 오 부장이 인상적이다. 제2 대기실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려는 오 부장은 "견딜 수 없는 치욕, 그리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 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비슷한 상황이 내 친구에게도 있었다. 징계를 받고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된 친구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빈 회의실을 찾아 들어가 다음 프로젝트 발령을 기다렸다. 아무 할 일도 없이 시간만 보내면 되는 친구에게 부럽다며 농담조로 얘기하자, 친구는 죽을 맛이라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언뜻 보면 업무 스트레스도 없이 자리만 지키면 되는 일이 쉽고 편해 보이지만, 사실 직장에서 내가 무능하고 가치 없는 존재로 취급받는 것,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치욕스럽기까지 한 상황을 견디는 건 실로 가시방석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의미 있는 존재이고 싶은, 성장하고 기여하는 존재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조직 내에서 팀원들이 의미 있는 존재일 수 있도록 그들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 기여, 관계, 그리고 자율의 욕구를 모두 자극하며 팀원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강력한 도구는 <권한 부여 Empowerment>이다. 권한 부여, 권한 위임은 팀원에게 결정권을 주는 일이다. 책임 전가와는 다르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관리자가 함께 지겠다는 약속이기에, 권한 부여는 언제나 팀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권한 부여를 통해, 자신을 신뢰해 주는 사람 (관계)으로부터 스스로 결정하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자율) 권한을 부여받고, 그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우고 발전하며 (성장), 좋은 성과를 만들어 조직과 나를 믿어준 관리자에게 보답 (기여)하는 총체적 행위가 가능해진다. 





<권한 부여>에는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첫째, 기대 결과에 대한 명확한 기대치를 소통한다. 명확한 방향성은 최종 결과물에 대한 합의로 이뤄진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등에 대한 최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들을 세우고, 예상 가능한 장애물이나 방해 요소에 대해 토의하며, 결론적으로 서로가 납득하는 기대 결과에 대해 서로 합의한다. 

    같은 그림을 그리고 일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권한을 위임한다고 해서 관리자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그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으므로. 결과에 대한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다음 스탭으로 넘어간다. 



    둘째,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사도 세자의 대리 청정이 그에게 독이었던 이유는 권한은 부여하였으나 결정할 수 있는 실제 권한은 없었기 때문이다. 권한을 부여할 때는 실제 그 권한이 그 사람에게 있음을 나도 합의한 것이므로, 손을 떼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대학생 시절, 과외 수업을 하며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면 거의 항상 부딪히는 난관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를 향한 사랑과 절실함으로 결과와 과정, 무엇도 놓지 못하는 부모님의 마음이다. '수학 성적을 10점 올려주세요'는 들어줄 수 있는 요청이었다. '매일 문제집 20페이지를 풀게 해 주세요'도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매일 문제집 20페이지를 풀게 해서 수학 성적을 10점 올려주세요'는 난이도가 매우 높아지는 과제였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결정권을 나에게 주지 않으면서 성적은 올려주길 바라는 일은, 히딩크 감독을 국가대표님으로 데려와서는 이전 훈련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라고 압박하는 것과 같다. 아마 그랬다면 여전히 추억하는 2002년의 기적은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할 수 없었다. 권한 부여란 진행 방법과 과정에 대한 권한을 가지는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에 동참하는 일이다. 



    셋째, 결과를 함께 리뷰한다. 과업이 끝난 후에, 첫째 단계에서 함께 합의한 기대 결과를 기반으로 실제 결과를 평가한다. 평가의 과정은 '누구 잘못', '누구 탓'을 가리는 자리가 아닌, 원하는 결과와 원하는 성장을 위한 관점에 집중한다. 


    만약 기대한 결과가 만들어졌다면, 충분한 인정과 격려와 같은 심리적 보상, 공식적인 인정과 칭찬을 통한 사회적 보상, 그리고 보너스, 인센티브 같은 물질적 보상까지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팀원이 무언가를 스스로 해낸 것에 대한 충분한 인정과 보상이 주어질 때 자기 효능감이 올라가고 더 유능한 팀원으로 성장할 수 있으므로,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기대한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을 함께 되짚어본다. 어떤 어려움이나 상황들이 있었는지, 할 수 없게 된 원인은 무엇이 있는지, 내가 리더로서 더 지원하거나 도왔다면 나아졌을 부분은 뭐가 있을지, 또 본인이 그 상황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해보고 싶은지 등에 대한 포괄적 분석을 한다. 

    분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두 가지가 뒤 따른다. 다음에 이런 과업이 주어질 때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지를 이야기하며 팀원의 성장을 도모하고, 동시에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은 결과를 이제는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권한 부여의 첫 단계인 <기대 결과 합의>로 돌아가 새로운 기한, 로드맵, 기대 결과를 재약속을 한다. 재약속에 대한 결과 역시 함께 리뷰하며, 계속해서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는 코칭의 형태로 과정에 대해 스스로 충분히 숙고하도록 돕거나, 멘토링의 형태로 과정에 일부 개입하여 선배로서의 노하우를 가르칠 수 있다. 




    생각보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권한을 위임하기란 어렵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보통의 경우 기대보다 낮은 성과가 나며, 그가 조직의 방향성에 있어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하나 조금 더 길게 보면, 이는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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