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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하늘 Oct 21. 2022

리더십 언어 #2 - 선물

[리더십#010] 다양한 선물의 형태

1. 사랑의 언어, 선물

    <선물>이라는 사랑의 언어는 아마 관계와 사회 모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닐까 싶다. 명절이면 스팸을 나눠주고, 부장님 카드로 회식을 쏜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들 하는 것처럼, 나를 위해 선물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진심을 느낀다. 

    책에서도 언급하듯,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주겠다며 화단에서 엄마가 가장 아끼는 꽃을 꺾어다 줄 때, 속상해도 아이에게 화를 내지 못하는 건 그것이 사랑의 표현임을 알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무언가 소중한 걸 주는 행위는 가장 직관적이고 직설적인 애정의 표현 방식이다.


    선물의 언어에 있어 중요한 점은 꼭 가격이 선물의 가치와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곧 가치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사랑의 언어에 있어 그보다 더 중요한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존재한다. 

    처음으로 함께 본 뮤지컬 티켓, 고백하던 날 식당에서 접어 준 학 한 마리, 너를 닮아 사 왔다는 못난이 인형, 삶이 무너진 듯 통곡을 할 때 곁을 지키며 건네 준 손수건.  감정과 추억이 담긴 선물이나 물건들은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 가치를 가지기도 한다. 

    비슷한 의미에서 곧 시들어버리고 실용적 가치도 없지만, 그럼에도 꽃 선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꽃집에 가서 나를 생각하며 꽃을 고르고, 추천받고, 구매하는 그 사람의 모습이 사랑스럽다"는 말을 한다. 선물은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고 있어. 그가 나를 기억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상징이므로, 마음과 정성이 들어간 선물이야말로 진심을 가장 잘 전달해주는 선물이다.  




2. 리더의 선물

    조직의 맥락에서도 이미 우리는 많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가장 직관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서 선물의 언어를 잘 활용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매번 효과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드라마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대표 리처드는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제작한다. 티셔츠를 선물 받은 개발자 직원들은 코웃음을 치고, 심지어는 티셔츠를 입고 커피를 사 오는 걸 벌칙으로 걸고 내기를 한다. 

출처: 드라마 <실리콘 밸리>


    선물은 상대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이다. 리처드의 선물이 리더십의 언어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웃음거리가 된 이유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선물을 줬기 때문이다. 마음을 전한다는 행위의 기저에는 상대를 고려하는 태도가 있다. 사애가 무엇을 필요로 할지, 어떤 것에 기뻐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를 고려한 선물은 보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친구는 매달 하루씩 문화의 날이라며 팀원들과 함께 영화나 뮤지컬을 보러 가는 회사에 다녔다. 어쩔 수 없이 본 영화를 또 보기도 하고, 별로 내키지 않는 공연이지만 억지로 가서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아예 일찍 퇴근을 시켜주든가, 그게 아니면 차라리 업무가 쌓이지 않게 정상 근무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며 불평했다. 좋은 선물은 상대가 좋아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3. 리더의 존재 선물하기

    선물은 꼭 물건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책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선물의 형태 중 하나를 <존재의 선물>로 꼽는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필요로 할 때 함께 있어주는 것"을 말한다. 기타 동호회에서 하는 공연이나 출산의 순간에 상대가 곁을 지켜주길 바랄 때, 우리는 그 자리를 지켜준 사람을 기억하는 만큼, 그 자리를 지켜주지 않은 사람 역시 매우 선명히 기억한다.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한 스타트업에서 조직문화 컨설팅 의뢰가 왔고, 대표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직원들의 동기부여, 열정이 부족하고, 다들 각자의 아젠다가 있다 보니 한 팀으로 일하는 느낌이 안 든다는 류의 다소 흔한 고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HR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보고, 경영 컨설팅도 받아봤으나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직원들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는 그의 이야기를 들고 나서 10명이 안 되는 팀원들을 한 명씩 따로 만나 대화해보기로 했다. 

    세 번째 일대일 면담을 끝낼 때쯤, 이미 문제가 무엇인지는 명확해졌다. 모든 직원을 다 만나고 났을 때, 반 이상은 이미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고, 나머지 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상태였다. 가장 반복해서 나온 내용은 "대표가 우리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였다.  


    뭐가 문제였을까? 대표는 직원들을 위해 필요 이상의 재정을 써가며 노력하고 있음에 지쳐 있었지만, 직원들은 대표는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속상해한다니. 여러 사람을 만나 정황을 파악하고 보니, 문제는 단순했다. 

    대표는 언제나 자리비움 상태였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이고, 그 리더와 대화하며 자신들의 노력을 인정받기도, 고민되는 부분은 털어놓기도 하며 유대감을 쌓기를 원했다. 하지만 리더는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 대신 돈을 써가며 직원들을 달랬다. 

    이는 마치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어 베이비시터에게 하루 종일 육아를 맡긴 아버지의 모습과 유사하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이제는 성숙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다가가는 아버지를 밀어내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상상해보라. 많은 직원들은 자신이 필요할 때 자리를 지키지 않은 대표에게, 대표가 필요하다고 해서 시간과 열의를 내 줄 마음은 없다. 




    팔로워에게 진심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선물은 리더의 존재이다. 팔로워들은 자신이 리더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반대로, 리더의 자리 비움은 팔로워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환경이다. 명절 선물, 특별 휴가, 축의금 복지, 많은 좋은 선물들이 리더십의 언어로 활용될 수 있으며, 리더의 존재 또한 가장 필요하고 훌륭한 선물일 수 있음 역시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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