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009] 감정의 터치, 공감
가장 먼저 다룰 언어는 <스킨십>이다. 조직 내에서의 스킨십이라니.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여전히 이슈인 사회에서 꽤나 위험한 주제이기도 한 만큼,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는 언어이다.
부부나 연인에게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스킨십은 사람이 가지는 성욕과는 다른 의미에서 나를 향한 상대의 사랑의 감정을 느끼도록 해주는 물리적 터치를 포괄한다. 길을 걷다가 손을 살며시 잡는 행위, 피곤해하는 상대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행위, 도깨비 공유가 지은탁을 너무 귀여워하며 머리를 헝크는 행위도 다 여기에 포함이 된다.
오감 중에서도 촉감은 특히 사람이 서로 교류하는데 특별한 역할을 하며, 서로의 온기를 느끼거나, 함께의 감각을 주기도 한다. 동시에 스킨십은 매우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으로,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되는 범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리더십의 언어로서 스킨십은 어떤 모습을 지닐까?
무언가를 해낸 직원과 악수나 주먹 인사 fist bump를 한다거나, 피곤해하는 직원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게 가능할 수도 있다. 반가움을 표현하거나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하이파이브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동성 간이라면 몇 개월을 갈아 넣은 프로젝트를 결국 접게 된 동료를 진심을 담아 꼭 안아주는 것도 가능하겠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성향이나 호불호가 다르기 때문에, 자칫 오해가 생기거나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조금 더 나아가서, 사랑의 언어에서 말하는 핵심은 '상대가 사랑받도록 느끼게 하는 노력'이듯, 리더십의 언어도 '팔로워가 리더의 진심(케어, 관심, 존중 등)을 느끼도록 하여 리더-팔로워 관계를 형성해가는 노력이다. 그런 측면에서 스킨십의 언어는 조금 다른 각도로 해석해볼 수 있다.
조직이라는 맥락에서 스킨십에 가장 근접한 터치는 <정서적 터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그리고 그걸 어루만지는 일. 무언가를 해낸 직원에게 박수를 쳐주거나, 피곤해하는 직원에게 비타 500과 함께 힘내라는 쪽지를 하나 남기는 행위.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다 같이 구호를 만들어 외치거나, 몇 개월을 갈아 넣은 프로젝트를 결국 접게 된 동료의 곁을 밤새 지키며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다. 표현의 방식은 다를지언정, 스킨십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닿고자 하는 상대의 마음을 터치할 다른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다.
정서적 터치는 <공감>에서 시작된다. 내가 표현하지 못하고 담아두는 마음을 누군가 알아줄 때, 우리는 자연스레 마음을 열고 친밀해진다.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란 공감이라는 사다리로 서로의 섬을 연결하며 시작된다.
공감 지능, 공감 능력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 역량>이라는 단어를 가장 선호한다. 조직을 컨설팅하고, 소통 기술을 교육하는 여정에서 공감도 훈련을 통해 학습할 수 있음을 배웠기에, '노력하여 기를 수 있는 능력'의 의미에서 공감도 하나의 역량이라 말하고 싶다.
타고난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의 마음을 함께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표정이나 눈빛만 보고도 상대가 어떤 마음 상태인지, 무엇이 힘든지를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상대의 맥락과 상황에서는 이런 느낌이 들 수 있겠다는 관찰과 해석을 통한 공감도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자.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태도 만으로도 상대는 공감의 마음을 느낀다. 사이먼 시넥은 리더십에 관한 강의에서 "누군가의 안부를 물었을 때, 그 자리에 서서 실제로 어떻게 지냈는지를 집중해 듣는 것" 또한 리더십 실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특히 조직 내에서 각자 자기 할 말만 하느라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을 때가 많다. 시간을 내어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는 태도부터 공감은 시작된다.
듣고 나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지, 기분은 어떨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뭘지 상상해보자. 해결책을 찾아주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을 살피는 노력이다. 아들에게 전화가 와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을 때 "그럼 일단 보험사부터 부르고, 나가서 사진을 찍고 와서 전화 다시 받아."라고 다짜고짜 해결부터 하는 부모가 있을까? 본능적으로 나오는 첫마디는 "안 다쳤어? 괜찮아?"와 같은 아들에 대한 걱정이겠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나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료나 팀원이 있다면 그에게 해줄 나의 말, 나의 조언, 나의 의견은 뒤로 미루고 상대에게 먼저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그때 너는 마음이 어땠어?". 만약 알 것 같다면, 자연스레 상상이 된다면 그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주면 된다, "그 상황에서 많이 억울하고 답답했겠다."
공감하고자 했으나 공감에 실패했다면 어떻게 할까? 공감하고자 표현을 했는데 "아니, 억울하진 않았는데?"라고 반문한다면? 그 상황에서 상대에게 집중하며 한번 더 공감을 배우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사람은 모두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같은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때로 같은 일을 겪어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공감을 위한 표현에서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아니야, 너는 지금 억울한 거야. 인정해."라고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그저 '이런 상황에 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나 같으면 억울했을 텐데 누군가는 불쾌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구나'하며 사람의 다름에 대한 이해와 함께 공감의 스팩트럼을 넓혀가면 된다. 그렇기에 단정 짓지 않고 표현하되, 상대의 생각이 다르다면 질문과 대화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더 들어보면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이어가다 보면 공감의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