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007] 욕구 이론 part.2
사람으로서 사람다움에 집중하는 MZ세대의 근본적 욕구로서 자율과 재미를 언급하고 나면, 여러 질문들이 뒤를 따른다.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하루 2시간씩 게임을 시켜야 하나?"
"일이 재밌을 수 있나? 그게 어떻게 성과로 이어질 수 있지?"
물론 하루에 2시간씩 게임을 시킨다고 해서 능률이 오르고 성과가 난다면 그렇게 못할 이유도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게임을 한다고 주어진 업무에 대한 동기로 연결될 일은 없고, 오히려 일보다 재밌는 게임만 더 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 차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배울 수는 있다. 게임이나 놀이는 직관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행위이며, 그 안에서 배운 재미의 요소를 업무 방식이나 문화로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재미를 통해 내적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지를 보다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게임의 재미 중 하나는 <성취>이다. 내게 주어진 무언가를 완수하는 일이다.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미션에 성공하는 경험에서 재미와 만족을 얻는 이들이 있다. 게임에서 성취는 꽤나 객관적이고 정확하다. 내가 한 노력이 "경험치"로 수치화되어 측정되며, 그 노력을 통해 내가 이룬 성취를 통해 가중치가 부여된다. 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해야 할 노력도 꽤나 객관적 기준을 통해 제시된다.
여기서 발전되면 <성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여러 미션을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레벨이 오르고 더 좋은 무기를 장착한다. 나의 노력이 성취로 이어지고, 성취가 쌓여 성장하는 나의 캐릭터는 자랑이 되기도 하고, 뿌듯함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성취>와 <성장>의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가 된다.
게임의 또 다른 재미 요소는 <관계>와 <협력>이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함께 하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파티 플레이나 레이드에 참여하며 단순한 성취가 아닌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성취를 함께 만드는 과정은 훨씬 더 큰 재미의 요소가 된다.
사람의 뇌는 애초에 누군가와 함께 할 때, 특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안전, 신뢰, 인정받는 감각 등에서 오는 만족에, 그런 이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은 누군가의 인생 가장 큰 행복이 되어주기도 한다.
인간의 욕구를 다루는 이론 중에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가 가장 유명하지만, 이에서 더 보완되고 업그레이드된 욕구 이론들을 공부해보면 꽤나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ERG이론은 MZ들의 욕구와 게임이 주는 재미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탐구해볼 만하다.
ERG이론은 존재 (Existence) - 관계 (Relatedness) - 성장 (Growth)으로 이루어진 세 단계의 욕구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존재 욕구: 식욕, 안전, 임금 등과 같은 기본 욕구로 매슬로의 1, 2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관계 욕구: 사화적 관계를 통해 얻는 만족이다. 가족, 친구, 연인, 직장, 동호회나 모임 등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얻는 사회정서적 만족이 여기에 포함된다.
성장 욕구: 내가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는 것, 그리고 그 성장한 것으로 어딘가에 의미 있는 기여할 수 있음에서 오는 만족을 의미한다. 자기다움과 역량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슬로의 자아실현 욕구와 닮아있다 (정확히는 자아실현과 존중 욕구를 모두 포괄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ERG이론은 매슬로의 5단계 이론을 3개의 큰 범위로 다시 나눠놓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ERG이론은 거기에 추가 원리를 덧붙인다.
첫째, 여러 개의 욕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높은 임금을 받고 싶은 동시에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원할 수 있고,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과 좋은 성과에 대한 보너스는 모두 나를 동기 부여할 수 있다.
둘째, 하위 욕구가 만족될수록, 상위 욕구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 존재 욕구가 충분히 만족되면 더 깊고 건강한 관계에 대한 갈망이, 다양한 관계를 통한 사회정서적 안정을 누릴 때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더 커지게 된다.
셋째, 상위 욕구가 좌절(불만족)되면, 하위 욕구에 대한 갈증이 더 증가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연인으로 관계적 만족을 느끼던 사람이 성장 욕구가 좌절되어 직장에서 무시당할 때, 친구와 연인 이상으로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사회인 야구단에 들어가며 관계 욕구를 더 채우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이 이론은 두 가지 측면에서 MZ세대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있어 매우 흥미롭고 날카롭다.
첫째로, MZ세대들이 추구하는 자율과 재미에서 재미의 대표적 요소로 소개한 두 가지가 관계와 성장이라는 점이다. MZ들이 바라는 것이 욕구 모델의 상위 욕구 충족을 통한 만족과 재미라는데 있어 그들이 얼마나 인간 본연의 욕구에 충실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둘째로, MZ세대들에 대한 평판을 다르게 해석해볼 수 있다. MZ가 워라밸과 칼퇴를 주장하고, 연봉 높게 부르면 쉽게 이직을 생각한다? 이는 성장과 관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계속해서 욕구 좌절을 경험하며 비대해진 존재 욕구의 표현이다. 회사에서 성장할 거라는 기대나, 직장 동료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나 자신의 안전, 행복, 높은 임금, 보너스, 내 시간 등에 집착하도록 만든다.
이들이 욕구의 좌절을 겪는 것은 때로 입사도 전에 인터넷에서 접한 사회 문화에 대한 편견일 수도 있겠으나, 실직원 개개인의 성장과 관계에 관심을 두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갖춘 조직은 정말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의 리더십은 과연 직원들의 욕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그들을 동기 부여하기 위해 어떤 욕구들을 자극하고 있는지 수시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