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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하늘 Oct 17. 2022

MZ세대가 바라는 것 1

[리더십#006] 욕구 이론 part.1

1. 네오 르네상스

    앞서 MZ세대가 추구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존중받고자 하는 마음>, <사람답고 싶음>으로 정리했다. 이 문장들은 신 중심 사회에서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사회를 외치며 예술, 철학, 문화 모든 면에서 혁명적에 가까운 변화를 만들었던 르네상스와 닮았다 할 수 있다. 더 이상 자본이라는 신이 다스리는 취업, 직장, 사회적 압박이 아닌 나답고 싶은 MZ세대는 사람의 가장 근원적인 - 이전에는 조직이나 안정을 위해 억누르고 희생해야 했던 - 욕구들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2. 첫 번째 욕구

    사람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있다. 그중에도 <자율성 Autonomy>에 대해 가장 먼저 다루고 싶다. 르네상스가 추구한 휴머니즘의 핵심이 자유의지였듯, MZ의 새로운 르네상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율은 사람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은 모두 자율의 욕구를 갖고,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무기력해지거나 수동적이 된다. 잘못한 사람을 감옥에 가둘 때는 그 사람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도록 하는 자율의 박탈이 포함된다. '학교라는 감옥'이라는 감성적 표현에는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볼 여유나 선택지 없이 주어진 것들을 해내야 하는 대한민국 학생들의 정서를 잘 담고 있다. 

    최고의 석학들을 모아 세계의 전문지식을 망라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이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무려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만든 Encarta라는 이 제품을 우리 누구도 들어본 적조차 없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 누구도 그 존재를 들어보지 못한 이유는 당시 꽤나 충격적이었다. 1990년대 출시한 Encarta는 누구나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집단지성의 집약체,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완패했고, 결국 2009년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무엇이 이 변화를 만들었을까? 

    동기부여 전문가 Dan Pink는 위키피디아의 완승은 <자율>의 힘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돈을 받지도 않고, 네이버 지식인처럼 등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올리는데 몰입했다.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조건, 내가 기여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보상, 누구나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환경에 사람들을 매료되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면, 내 의지대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인풋 대비 아웃풋을 창출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욕구 중 첫 번째는 내 삶의 매 순간과 기로에서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의 욕구이다. 


    물론 그 자율에는 책임이 따라야만 하는 것에 대해 외면하는 이들이 많다는 건 꽤나 안타까운 일...




3. 호모 루덴스

    호모 루덴스. 유희적 인간, 혹은 놀이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근본적으로 사람은 노는 걸 좋아한다. 본능적으로 어린아이들은 장난감과 놀이터를 찾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온갖 놀이를 만들어 논다. 요즘은 놀이가 온라인으로, 컴퓨터로, 인터넷으로 옮겨가 때로 중독 문제를 야기할 정도로 우리의 삶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들의 사회 문화 속에도 음주가무는 언제나 빠지지 않고, 우리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참 열심히도 노는 민족이기도 하다. 게임대회에서 매번 톱클래스의 저력을 보여주는 걸 봐도, 우리는 놀이의 민족이 분명하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수 십 억대 계약을 따낸 박 과장(김희원 배우)이 박수와 축하를 받은 다음 날, 모든 일상이 이전 그대로인 것을 보며 던지는 한마디는 "재미없네."였다. 회사에서 영혼을 갈아 넣으면 어떤 프로젝트나 업무를 완수해본 적이 있는가? 그것에 대해 모두가 환호하고 손뼉 쳐 준 경험은? 그 후에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돌아간 일상에서 뭔지 모를 허무함을 느끼는 경험은 혹시 없는가? "재미없네"에는 많은 마음이 담겨 있다. 


    '허무해. 이러려고 내가 그렇게 밤을 새워가며 노력했나?'

    '더 열심히 해서 뭐해?'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재미가 없으면 열심히 할 생각이 사라진다. 재미가 떨어지면 금세 질리고 그만두고 싶어 진다. 결국 억지로 버티거나 그만두거나의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된다. 바꿔 말하면, 나에게 주어진 것을 해내고자 하는 <내적 동기>가 급격히 떨어진다. 사람 중심 리더십에 있어 동기부여, 그중에도 스스로 원하도록 만드는 내적 동기의 유발은 너무나 중요하다. 재미 없어질 때 내적 동기가 떨어진다는 건, 반대로 재미를 찾아준다면 그의 내적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당함이 있다. 즐겁지 않음에도 억지로 해야 하는 공부, 시험, 대입, 취업.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12년, 어쩌면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학과 졸업 후 사회에서까지 계속되는 공부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을 내가 선택한 적도 (자율), 그것이 즐거웠던 적도 (재미) 없었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싶은 아이들에게 숫자를 가르치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싶은 아이들을 앉혀 놓고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며, 하루의 1시간도 즐거울 시간을 용납하지 않은 채 수업에서 자율 학습으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아이들을 몰아낸 탓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9화에서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 씨의 "아이들은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는 선언은 우리로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아이들을 납치한다거나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겠으나, 그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 고민해볼 만하다. 실제로 방구뽕의 반대편에서 아이들의 영혼이 무너져가고 있는 게 보이는데도 '일단 좋은 대학은 가야 하니까' 아이들을 비인간적으로 굴리는 부모님들을 많이 경험했다. 


    선택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환경에서 우리에게 배움은 너무나 싫은 것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배움을 즐거워하고 추구하기도 한다. 학교 다니는 내내 영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영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며 영어를 '즐겁게' 배우기 시작하는 모습, 이과라 역사를 재미없다던 이가 설민석의 강의나 영화 <암살>, <무한도전> LA 특집 방송을 보고 한국사를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맥락에서 재미있게 소개될 때, 이를 탐구하는 공부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MZ세대들은 힘든 건 안 하려 하고, 최소한의 노력만 하려고 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반대로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으려는 MZ들도 많이 만난다. 그들과 마주 앉아 삶과 사상을 듣고 있노라면, 그들의 중심에는 언제나 스스로 선택한, 자신이 재미있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내딛는 걸음에 주저함이 없음을 본다. 자율과 재미가 꽃피울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리더가 제공한다면, 그들은 생각보다 유능하고 책임감 있으며 필요 이상의 헌신도 할 수 있는 이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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