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011] 서번트 리더십
한 스타트업의 조직문화 컨설팅을 의뢰받았을 때 일이다. 인원이 8명인 작은 신생 회사의 아침 루틴은 사무실 청소였다. 처음에는 다 같이 구역을 나눠 청소를 하고 시작하다가,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요일마다 당번을 정해 보기도 하고, 조를 짜서 주 별로 돌아가기도 했다고 했다. 아침에 청소를 하는데 큰 이견은 없어 보였다. 흥미로운 건, 청소조를 짜는 모든 조합에서 대표만 혼자 빠져있었다.
더 바쁘고 중요한 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 대표라는 권위에 대한 존중,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인식이 있었을 것이고, 많은 조직문화가 그렇듯 딱히 말을 꺼내기도 애매하니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재밌는 건 청소라는 하나의 상징적 과업이 조직 전반의 소통과 분위기를 대변한다는 점이다.
팀원들을 개별로 인터뷰하고, 대표와도 대화를 나누며 조직의 현황을 파악하며 어떤 단절을 느꼈다. 팀원들 간 관계는 매우 좋았으나, 대표와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말하자면 팀원들은 한 팀으로 일하는데, 그들이 대표의 외주를 받아 일하는 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한 소통만을 할 뿐, 사람 사이의 존중과 연결에서 나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대표가 빠진 환경에서만 존재했다.
인터넷에 유명하게 돌아다니던 이미지를 현실로 보는 듯했다. 대표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업무에 몰두하며, 통제와 지시를 통해 업무를 진행했다. 이와 같은 조직의 문화는 결국 단절과 불통을 야기했고, 계속되는 트러블 속에 대표-팀원 그룹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려는 중이었다.
리더와 보스의 차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무기로 사용하는 통제 중심 관리의 비효율성에 대한 리더십 교육과 코칭을 진행하며 대표와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도 팀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문장을 스스로 말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팀의 일원으로 그가 가장 먼저 선택한 액션은 청소였다. 주간 회의에서 교육받은 내용, 코칭에서 했던 생각들을 팀원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청소 당번에 자신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빠진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한 달 간은 매주 청소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직원들은 의아해하기도,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지만, 한 달이 지난 후 정말 매일 자신의 자리에 앉기 전에 직원들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걸레질을 하는 대표의 모습을 본 직원들은 어느새 업무 전반에서 대표와 소통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봉사 acts of service>의 언어는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생각, 계획, 노력하는 행동이다. 부부 관계에서 밥 먹은 후 설거지를 하거나, 주말이면 빨래를 돌리는 등이 봉사에 포함된다. 한때 <서번트 리더십 Servant Leadership>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는데, 여기서 서번트라는 단어는 '봉사 Service하는 사람'이라고 해석된다. 다시 말해, 서번트 리더십에서 말하는 솔선수범, 헌신부터 청소에 참여하거나 직원들의 커피를 타주는 일 같은 사소한 노력들까지 모두 봉사의 언어에 해당된다.
리더의 솔선수범, 헌신과 봉사는 팀원들에게 '우리가 한 팀'이라고 말한다. 많은 조직에서 리더나 관리자들은 일종의 권위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가르쳤다. 조직을 하나의 계급사회로 만들고, 직원들은 이를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이나 과업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람 중심 리더십을 고민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조직문화의 관점에서 포지션은 계급이 아닌 역할의 차이이다. 관리자와 실무의 역할은 동일하게 중요하며, 둘 중 하나가 없다면 다른 하나도 작동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동일한 존중이 기반으로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봉사의 표현은 이런 체제의 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귀족이 노예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는 일은 없다. 봉사의 행동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표현함과 동시에, 서로를 동등하게 대하는 평등한 조직문화를 대변한다.
이런 문화 속에 팀원들은 리더를 최고의 조력자이자 동료로 느끼며,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기도, 리더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going the extra mile for the leader.
봉사의 언어를 배우고 나서도 직원들을 위해 뭘 해줘야 할지 모르는 관리자들을 만나곤 한다. 계속해서 반복하지만, 사랑의 언어이자 리더십의 언어에서 핵심은 언제나 상대가 느끼도록 하는 노력에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어떤 봉사가 상대에게 전달될지 모르겠다면, 물어보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혹시 도와줄 게 있을까요?"
"업무에 있어 이해되지 않거나 소통이 필요한 부분은 없을까요?"
관리자에서 리더로의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내 마음가짐이 바뀌었다고 직원들도 마법처럼 함께 동참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의심하고 더 경계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에 그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지 직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 새로운 문화 환경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