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온뒤하늘 Oct 30. 2022

리더의 역할

[리더십#019] 방향 설정과 제시

    사람 중심 사고로 MZ세대를 이해하고 리더십의 언어를 활용해 팀원들과 관계 형성하는 을 깊게 다룬 이유는 직장에서 분위기 좋게 잘 지내기 위함이 아니다. 관계가 최종 목적이 되는 건 친목 모임이다. 우리가 이끌고자 하는 조직은 분명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며, 리더에게 관계는 모든 조직원이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도록 하는 핵심 도구이다. 관계라는 단단한 뿌리를 내렸다면, 이제 이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갈 차례이다. 




1. 몰입 환경 만들기

    등산을 간 적이 있다. 등산로 입구에는 언제나 커다란 지도가 있다. 전체 지형을 확인하고, 내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 지점을 정한다. 그다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루트를 숙지하고 나서 등산을 시작한다. 

    걷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봐봤자 앞에 보이는 건 사람과 더 올라야 할 길 뿐이다. 끝없이 이어진 경사로나 계단은 되려 마음을 지치게 할 뿐이다. 등산에서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뿐이다. 루트를 따라 안전하게 나아가도록 발치를 보며 걷는 일, 그리고 이따금씩 멈춰 숨을 고르며 잘 가고 있는지, 계획에 맞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힘들게 산을 오르는데, 앞서 걸어가는 숙련된 어르신 한 분을 만났는데, 그는 탁월한 리더였다. 등산은 처음이라고 하니 여러 가지를 알려주셨다. "보폭을 줄여야 덜 힘들다", "낙엽을 밟으면 미끄러질 수 있으니 조심해라", "이제 몇 분 정도 더 가면 된다", 계속해서 필요한 가이드를 해주셨고, 어느새 신뢰하는 마음으로 그의 보폭에 맞춰 산을 오르고 있었다. 다른 걱정이나 불안을 없애고 내 다음 걸음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내 호흡, 내 다리 상태, 내 보폭에 집중하며 그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다. 

    만약 어르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걸어가면서도 여기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열심히 걷고 걸어 올랐다고 해도 원했던 목적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속되는 불안으로 체력 소모도 커지고, 몸과 마음은 더 빨리 지치고 말았을 것이다. 


    뛰어난 리더는 팀원들이 주어진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산을 오를 때 찾아오는 위험 요소, 장애물에 대해 수시로 알려주는 어르신처럼, 일에 방해될만한 요소를 제거하거나,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2. 나침반 리더십

    소위 좋은 리더는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나침반은 내비게이션과 달라서 "이쪽 방향으로 가시오", "여기가 정답입니다"가 아닌 "이쪽은 북쪽이고, 이쪽은 남쪽입니다"를 알려준다. 여러 방향들을 보며 내가 어느 방향으로 걸어갈지 선택할 수 있다. 

    지난 10년 사이 운전면허를 딴 사람들의 고충이 있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을 못한다는 것. 내비게이션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액셀 페달을 밟지 못한다. 우회전, 죄회전, 시키는 대로만 따라가다 보니 자주 다니는 길이라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주어진 과업에 대해 맹목적으로 '이렇게 해', '이쪽으로 가'를 알려주는 대신 '이런 이런 방법이 있어', '이런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보는 것도 도움이 돼'와 같이 여러 옵션을 제시하고, 최종 결정은 스스로 하도록 열어둔다. 

    어떻게 일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건 업무의 주도권을 가져가 책임감동기를 자극하고, 업무 몰입도이해도를 높여준다. 직원의 성향이나 역량에 따라 여기에 질문을 더하면 더 효과적으로 직원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타 부서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화를 걸어놓고 "A부서의 B대리에게 가서 내가 보냈다고 말하고 서류 1, 2번 받아와"라고 한다면, 직원은 그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지금 서류 1, 2번이 필요한데 어떤 부서에서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담당자는 누구인가요?" 혹은 "서류 1, 2번이 필요한데 받아다 줄 수 있어요?"와 같이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과제를 부여할 때 임무를 맡은 팀의 일원으로 자신을 인식한다.  

    나침반은 어떤 방향이 존재하는지 알려줄 뿐, 방향을 정하고 걸음을 옮기는 건 팀원 본인이 될 수 있도록 선택 권한을 내어주자. 





이전 18화 리더십 언어 #5 - 인정 (4/4)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