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2. 영원이란 부재

영원한 집은 존재할 수 없다

by 정준민

앞서 '1. 벌새의 집'에서 밝힌 것처럼 은희는 끊임없이 집과 같이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줄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자신의 속마음을 영원히 알아줄 것만 같았던 사람들도 순식간에 멀어져 간다. 극 중 가장 절대적인 사랑을 주는 것처럼 보였던 여자 후배 수희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묻는 은희에게 하는 말처럼.


“언니, 그건 지난 학기잖아요.”


그렇다. 노래방에서 별생각 없이 은희가 부르는 노랫말처럼 누군가를 향한 애정, 사랑은 순간적이기에 위태롭다.

사랑은 유리같은 것.jpg “정말 몰랐어요. 사랑이란 유리 같은 것. 아름답게 빛나지만 깨어지기 쉽다는 걸.”

아름다운 것은 항상 깨어지기 쉬운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결정할 선택권은 항상 우리에게 있지 않다. 남편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속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엄마. 마찬가지로 유일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준다고 생각 한 한자 선생님 영지를 성수대교 붕괴로 잃은 영희. 엄마에게 외삼촌이 죽으니 어떻냐고 영희가 묻자, 엄마의 답.


“그냥 이상해. 없다는 게.”


그러자 영지의 죽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풀이 죽어 있던 은희는 자기와 같은 아픔을 겪은 엄마가 부쳐준 감자전을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마치 세계란 원래 빛나지만 순식간에 깨어진다는 것이 당연하기에, 살아남은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처럼. 영원한 집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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