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어느 여름날의 황당했던 일

by 꿈꾸는 덩나미

헉!

구례로 가는 버스가 없단다.

남편과 구례서 만나기로 했는데...

기저귀를 찬 어머니가 사위 오는 게 불편하다고 해서

남편은 구례에서 휴가를 보내고

나는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려 통영으로 온 참이었다.

마지막 날 휴가는 구례에서 같이 보낼 참이었는데.

난감하다.

하동은요?

당연히 없지요~

사천은요?

하루에 한 대요. 4시간만 기다려요~

헐!!

어쩌나?

어디로 가야 하지?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나?

통영에서 구례 가는 방법 아시는 분?


전화로 남편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진주로 오란다.

진주에는 구례 오는 버스가 있을 거라고.

결국 진주로 가기로 했다.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도시... 진주를 난생처음 혼자 가 본다.


상한 마음과 열기로 뜨거워진 몸을 에어컨이 식혀준다.

낯선 도시를 가 본다는 사실에 살짝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진주에서도 구례 가는 버스는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단다.

전화를 받은 남편이 진주로 데릴 러 갈 테니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뚜벅이의 고달픔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세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변화되었단 말인가.


당연히 있을거라고 여긴 버스가...

어떻게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 물결 속에

서서히 사라져 가는 시외버스들이여~

터미널 간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남편이 데릴 러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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