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싸움

내탓이거나 남의 탓이거나.

by 지율

'하루종일 일이 풀리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길을 가다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보며 오늘은 일진이 좋지 않겠다 생각했다.


일을 안하고 살수없으니 일을 하다보면 랜덤처럼 사건 사고가 생기는건 일을 가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터. 관리직으로 20년동안 빤한 직업에 뻔한 일을 하다보니 가끔은 그런 변수에서 스릴을 느끼거나 뜻모를 보람까지 느끼는 경지에 이르렀다.

본인의 직장에는 커다란 덤웨이터가 있다. 500kg정도의 무게를 싣고 나르는 일을 하는 기계인데. 어쩌다 오작동이 일어나면 작업자들이 직접 물건을 날라야하는 똥고생을 해야 했기에 본인의 직업에 무척 중요한 파트이다. 아침부터 오작으로 기계가 멈추다보니 평소대로 유지보수업체를 불러 기계 진단을 하였다.

움직이지 않던 기계가 움직인다.

'역시 기술자는 기술자야. 믓찌다 믓찌다'

기술자가 말하길 환풍기가 나가는 기계실에 오일이 얼어서 오작동이 났단다. 히터를 끄면 안되는데 추운 겨울 왜 껐을까요 묻는다.

행정주무관이 날이 풀린데다 기계실이 너무 뜨거워 화재가 날것을 우려 하필 어제 히터를 껐다고 한다.

그때부터다. 탓이 시작된 지점.

' 왜. 하필. 어제. 히터를. 꺼서. 이 사단을. 만드는가!!!!


불행중 다행으로 물건을 올리는 작업이 끝날때까지. 기계는 계속 잘 돌아갔다.

이제 물건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거기까지가 운이 다한것인지 다시 기계가 멈춘다.

그리고 소화전에서 화재경보가 울린다.

급히 기술자를 다시 불러 기계실을 보니 plc라는 메인보드가 합선으로 타버렸단다.

오일을 녹이다 히터를 정해진 벽면에 꽂지 않고. 보드에 연결된 작업자용 콘센트를 쓴것이 화근이었다.



기술자는 말했다 본인의 실수이긴 하지만 지금 직접 해결할수 없으니 본사로 연락해서(내가) 메인보드를 갈아야(만든 제조사) 한다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책.임.회.피라는 말인가.

간단하게 인스턴트로 다시 말하자면 너희가 알아서 제품을 구해~그래서 고쳐야돼~근데 우리는 못해~우리가 잘못했다면 그냥 너희꺼 안할께!

사과가 먼저. 그리고 수습이 먼저일텐데 순서가 잘못된것을 느끼면서도 우선 해결을 해야했다.

누구의 탓을 멕이기엔 상황이 급박했고 나는 명색이 20년 경력의 관리자가 아닌가!! 이곳에 전보오기전 나와 거래했던 업체에 급히 전화를 했다.(기술자는 사라졌다. 먹튀. 아니 사고튀)

정말 고맙게도 천안부터 달려와 덤웨이터를 확인하더니 나에게 말한다.

이것은 plc의 문제도 히터의 문제도 아니다. 트랜스퍼머라는 일명 전압을 변환시켜주는 연결선이 콘센트문제로 터버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시간을 조금 주면 해결할수있다는 내용이었다.

어설프게 작두를 타는 선무당의 한마디가 사람을 잡는다.

쉬운길을 멀리 돌아갈뻔 했으니 말이다.



탓만 하다 하루가 간 시점.

문제는 해결됐지만 신경을 썼던 탓인지 퇴근길 관자놀이가 지근하다.

오늘은 집에가서 막걸리 한병을 뽀개야겠다고 생각하며 정문을 지나는데. 큰 개한마리를 노인네가 어쩌지 못하고 낑낑댄다. 자세히 보니 앞에 복슬이가 맹렬히 짖고 있다. 큰 개도 이에 질세라 복슬이의 목을 물려고 이빨을 내놓는다. 뉴스에서 산책길 작은 반려견이 큰 개에게 물려 사망하는 뉴스를 볼때마다 너무 안타깝다 생각했던 지라 나는 황급히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젠장할 오지랖)

'아저씨!!!!!!! 개!!!! 개 잡아요!!!!'

아저씨도 내 목소리에 의식이 됐는지 개를 황급히 잡아끌다 멋쩍어 뱉는말이 예술이다.

'왜 개를 여기다 묶고놓고 지랄이야?

복슬이는 다행히 육안상 털이 조금 빠졌을뿐 다친데는 없는듯하다.

약수터에서 아줌마가 황급히 소리를 듣고 내려본다.

그제서야 제 주인을 보고 깨깽깽깽 서럽게 울어댄다.

'아줌마!!!!! 개를 여기 묶어놓으면 어떻게 해요!! 큰 개들 지나다니는데!!

아줌마는 도망치듯 사라지는 아저씨의 뒷통수에 한마디 날린다

'개를 입마개를 씌워야지!!!!!!!저 인간이 미쳤나!!!

듣고보니 욕인데 두사람의 입장이 또 이해는 간다.


인간의 탓과 개탓을 보다 보니 요망스럽게도 내가 사는 인간계에 정말 실망이 많은 그런 하루였다.

코로나로 인해 생각지도 않게 전염병이 돌다보니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피해의식으로 빡빡하기 그지 없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되돌려 조금만 돌려 생각해보면 결국 일어난일. 탓이 무슨소용이란 말인가.

그래 저 기계의 메인 보드를 태워먹어서 기필코 이 기계를 멈춰야겠다 하는 사람도 없었을테고 히터를 꺼서 오일을 얼려 기계를 멈춰 똥고생 좀 시켜야겠다 필승을 다짐한 사람도 없다.

저기 묶어놓은 개를 내 개로 기필코 물어죽여야겠다는 사람도 없을 테고. 내 개를 일부러 혼자 두어 위험하게 만들어야지 하는 사람도 없는것처럼.


하지만. 그 다음. 그 이후. 당신의 처세는 어떠한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삶은 똬리를 틀고 앉아 역방향으로 당신이 던진 화살을 재차 쥐어주며 질문을 한다.


거기 앉아 있는 양반!


그러니 대체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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