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지점으로의 발령은 확실히 견제였다.
고공 성장을 거듭하기만 하면 회사의 모든 윗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그만 성장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부당함을 넘어서 비리라고 생각했다.
남이 잘 나가는 꼴을 못 보는 비뚤어진 조직 문화라고 할까.
나이도 한참 어린 “대리” 하나를 가지고 나이도 한참 많은 상무, 전무 이런 사람들이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피가 끓었다.
나가서 일하는 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뚫고 나가겠는데 이런 내부 견제는 정말 힘겨웠다.
회사는 필드맨들이 현장에 나가 경쟁을 뚫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투력을 배양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내부에서 힘을 다 빼버리고 녹초가 되어버리면 어쩌잔 말인가.
이래서는 전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우리는 전사이며 필드는 전쟁터다.
아무튼, 영등포 발령을 통해 내가 견제받고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일단은 모르는 체하며 일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숱한 견제를 받아봤으나 이때가 유독 힘들었던 건, 첫 경험이라서 더 아프게 다가왔으리라.
그러나 얼마후 예기치 않게 견제가 중지되었다.
오너가 사무실을 다녀간 것이다.
내가 지사를 돌고 있었지만 오너는 계속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너의 시선을 간부들도 알게 되었고 더 건드렸다가는 자신들의 안녕에도 이롭지 않겠다고 느낀 것 같다.
오너 참석하에 지점 회식이 있었다.
배석한 임원, 지점장, 소장을 제쳐두고 나를 옆자리에 앉혔다.
“어이! 미래의 본부장! 잘 하고 있대며? 내가 다 보고 있어! 한 잔 줘봐! 자네도 한 잔 받고!”
이 한마디에 그들은 경악했고 바로 견제는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오너는 술이 거나해지자 한술 더 뜨셨다.
“아버지라고 해봐! 난 자네 사회의 아버지야! 영광인 줄 알아! 핫핫핫”
이후 누가 건드릴까 봐 시시때때로 사무실로 전화를 걸고 안부를 물어왔다.
“건드리는 놈 없어? 보고해봐!” “없습니닷!”
첫 직장에서 나에 대한 오너의 사랑은 과연 남달랐다.
‘열심히 일하는 놈, 건드리지 마라.’ 하는 듯 위기의 순간마다 그가 나타났다.
그때 처음 알았다. 성과를 내는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 결국 주인의 본능임을.
그런 주인이 있는 한, 나는 열심히 성과만 내면 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30대 초반, 젊은 “代理”는
이런 오너를 믿고 마음 깊이 충성을 맹세하고 더욱 가열차게 성과를 남기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오너 이야기는 언제 모아서 따로 하기로하고,
다음 편에서는 진짜 영등포 이야기를 펼쳐 보이겠다. 샛길로 새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