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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Aug 20. 2021

주사를 싫어하는데, 백신 접종은 했다!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기

 오후 2시에 코로나 19 백신 예약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이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어제까지만 해도 백신 예약을 연기할까 고민했다.

계속 병원에서도 전화가 오고 분주한 상황이라 시간이 여유가 생긴 시간에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통화 중이라 취소나 연기를 하지는 못하고 말았다.


  지난주 아버지께서 입원하시고 화요일에는 고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요 며칠 정신이 없었다.

 수술 전날에는 아버지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는지 밤새 잠을 안 주무셔서 간병사도 같이 밤을 새웠노라고 아침 일찍 연락이 왔다. 수술 전날 밤 12시부터는 물도 마시면 안 되는 금식이라 아버지께서는 저녁 식사 후 다른 때 보다 물을 자주 많이 드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흡인성 폐렴 증상이 있어서 수술이 며칠 미뤄진 상태인 데다 금식을 하면 물을 마실 수 없어서 힘들다는 것을 아시기에 미리 물을 마신 듯했다. 미열도 있어서 간병사는 담당 간호사에게 해열제나 헤열주사를 맞아야 하는 건 아닌지 의논을 했더니 수술을 앞두고 아버지는 진통제 등 여러 주사를 맞고 약도 여러 가지를 드시고 있으셔서 해열제를 투여하기는 어렵다고 했단다.

 간병사는 아버지께서 열이 가라앉도록 냉찜질을 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며 긴장한 아버지 곁에서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 것이다.


그 문제로 오전 일찍 간병사와 통화를 하고 아버지께서도 긴장하거나 불안하지 않도록 전화를 드렸다. 주치의 회진 후 다시 간병사가 전화를 해서 열은 내려가서 수술을 예정대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혈 준비가 되면 오전 10시에 수술이 시작이라고 했는데, 다행히 혈액공급이 원활해서 오전 9시 넘어서 아버지께서는 수술실로 이동하셨다고 연락이 왔다.


오전에 벌써 여러 번의 전화 통화를 하고 그때마다 가족 톡방에 상황을 전달하고 공유했다. 고관절 수술 후 보통 중환자실로 이동해서 짧게는 하루, 길게는 2~3일 동안 회복 상태를 지켜보고 일반병실로 올 수 있다고 한다. 간병사는 아버지가 계신 병실에서 하루를 기다려보고 수술 후 회복 상태가 늦어져서 중환자실에서 며칠 계셔야 한다고 하면 집에 갔다가 다시 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 잠을 못 자서 힘든 상태로 환자가 없는 병실에서 잠을 자기가 어렵다고 연락이 왔다. 또한 간호사한테 다시 물어봤더니 수술 후 아마 당일에는 병실에 올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나도 간병사분이 잠을 못 잔 게 계속 걸려서 집에 가서 주무시고 다음날 아버지의 회복 상태를 보고 일반병실로 옮겨질 시간이 정해지면 연락을 다시 드리겠노라고 했다.


 집에 갔다가 다시 병원에 오게 되면 코로나 검사도 다시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간병사분은 다행히 이해해주었다. 어머니와 의논해서 며칠 동안의 간병비와 코로나 검사비 그리고 교통비 등을 넉넉하게 미리 드리기로 했다.



 다행히 아버지 수술은 잘 되었다는 연락이 왔고 바로 다음날 오전 8시 반 경 담당의사 회진 후 일반병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받았다. 간병사 분도 아버지를 위해서 하루, 이틀 그냥 집에서 기다려달라고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점에서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전날 밤에도 간병사는 상황을 물어서 다음날 아버지께서 일반병실로 일찍 이동할 수 있다는 내용을 문자로 전했다. 해서, 준비는 하고 있었겠지만 간병사는 내 연락받고 오전 10시에 택시를 타고 병원에 서둘러 와 준다는 마음이 감사했다.


 비까지 내려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걱정하며 전화를 간병사께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조심해서 가시라고 말씀드리면서, 또 한 번도 깊이 감사했다. 진심으로 아버지를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간병사는 다시 코로나 검사를 하고 낮 12시쯤 병실에서 아버지를 만났는데 생각보다도 좋아 보이니 안심하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가족들에게도 아버지의 건강상태를 계속 전달하고 공유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버지 입원 후부터 하루도 여유 있는 날이 없었다. 수술 전날과 당일에도 전화 통화와 여러 상황으로 거의 잠을 못 잔 상태였다.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서는 전날이라도 푹 자야 하는데, 아버지 수술날과 겹쳐서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고 정리하느라 잠을 설친 것이다. 아버지와 만났다는 간병사 연락을 받고 나니 백신 접종 시간까지는 2시간도 채 안 남았다. 그래도 망설이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가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예약을 할 때 일부러 소아과로 예약을 했는데, 예상한 대로 한산했고 백신 접종 진행 순서도 크게 적혀있 서 편리했다.


#백신접종순서
1. 예진표 작성 
2. 신분증 지참후 안내데스크에 접수
3. 담당의사 예진__간호사가 접종하는 경우, 담당의사 예진후 대기실에서 대기하면 호명후 접종
4. 백신접종__소아과에서 접종한 내 경우에는 담당의사가 간단한 예진후 바로 직접 백선접종
5. 병원에서 15분 전후 대기후 귀가


 먼저 신분증을 보여주고 접수를 하고, 예진표를 작성해서 제출한 후 순서를 기다리면 된다. 내 이름을 호명해서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소아과 담당의사는 어디가 불편한 데는 없는지를 묻는다.


 잠을 거의 못 잤다는 얘기는 하지 못했고 생리통이 있어서 새벽에 타이레놀을 먹었다고 했더니, 그건 상관없다고 한다. 뾰족한 것과 주사를 싫어해서 독감 예방접종도 하지 않는 나, 인데 코로나 19 백신은 이렇게 자진해서 접종을 하로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주사를 다 맞았다.


 "다 됐어요.
15분 정도 괜찮은지 상태를 보고 병원에서 기다렸다가 가세요."

하고 의사는 스티커를 붙여준다. 소아과라 귀여운 뽀로로 캐릭터 스티커다. 또한 손목 스티커에는 2:23분이라고 써서 붙여주며 이 시간 동안 기다리라고 알려준다.


 "근육주사라 통증이 있을 거예요.
 타이레놀 성분의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를 먹으면 되는데
미리 먹으면 효과가 없어요.
진통이나 열이 있으면 하루 3번 정도 먹어도 됩니다.

라는 말도 덧붙인다.


 나도 접종을 하자마자 먹을 필요는 없지만 통증이 빠른 사람은 접중 후 5시간~7시간 후 시작되고 보통 8시간 후에는 근육통이나 두통 혹은 발열이 있을 수 있으니 그 시간을 계산해서 먹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난 늦은 점심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커피도 마시고 해야 할 일들도 다 처리하고 난 뒤 오후 5시 반경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다. 이때는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밤 10시 반 경 되자 살짝 뻐근한 느낌과 몽롱한 기분, 두통이 시작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타이레놀 2알을 먹었다. 진통제는 6시간~8시간 정도 간격으로 하루에 3번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앞으로 3일간은 무리하면 안 되고 일주일 간은 어떤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


 나는 최근에 체중이 너무 많이 빠져서 어지럼증도 심해지고 귀가 막히는 이상 증상도 있는 데다 계속 잠이 부족해서 백신 접종을 하기 전에 좀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다.


 먼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차까지 한 남편은 접종을 한 당일과 다음날도 정상근무를 했다. 밤에 힘들다고 한번 깼고 다음날 힘이 없다고 하긴 했어도 타이레놀 등의 진통제도 먹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 기억이 생생한지 전날부터 남편은 말했다.


 "저녁은 먹고 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접종한 다음에는 푹 쉬고 있어!"

그러자 얼마 전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한 큰 아이도 "저도 급식 먹고 오니까 푹 세요." 한다.

 원격수업과 과제하고 자는 줄 알았던 둘째도 "저도 저녁 안 먹어도 돼요."라고 한다.


 저녁식사를 챙겨주지 못하는 날들이 훨씬 많은데, 또 대단한 음식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라도 그리 해주니 뭉클해준다. 그래도 오늘 하루 주어진 일들을 나는 해야 했고, 최소한으로 안 할려고는 하고 있지만 안 할 수 없는 일상의 톱니바퀴를 돌렸다.


 남편은 퇴근 후 오자 마자 설거지부터 해놓고 큰 아이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힘든 하루의 무게를 견디고 돌아왔다. 둘째는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은 봤는데 원격수업도 하고 과제하고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는 어찌했는데 어느새 잠이 들어있다.


나는 주부로서는 아주 미니멀,
혹은 게으른 주부이며
아내나 엄마로서는
거의 룸메이트이자 동반자이며
친한 친구 같은 존재다.


그들을 위해 내 시간을 많이 희생하지 않는 대신, 미안하지만 나는 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백신을 맞은 다음날 오히려 기분 나쁜 두통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주사를 맞은 팔이 조금 뻐근했고 온몸에 힘이 빠진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바쁜 일정들을 빼고 조율했기에 하루를 꼬박 앓듯이 쉬었다. 지난해부터 특히 수면 부족으로 두통이 가끔 있었던 터라, 이게 그동안 긴장해서 생긴 두통인지 백신 후 면역반응으로 생긴다는 두통인지 헷갈리긴 했다.


 어제 아버지도 일반병실에서 좋아 보이신다는 연락을 받고 통화를 하고 간식과 추가 물품 등을 전해드리고 난 후라 모처럼 달게 잤다. 백신 접종을 한 의사의 조언대로 6시간마다 타이레놀을 한 번씩 먹었다. 중간에 한 번만 두 알을 먹고 나머지는 한 알씩 먹었는데, 지금은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개운하다.


 남편은 여름휴가 겸 하루 쉬는 날이라 혼자 밥을 챙겨서 먹고 저녁 설거지까지 싹 해놓았다. 큰 아이는 오늘도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씩씩한 얼굴로 귀가했고 둘째는 원격수업을 마치고 혼자 밥을 챙겨 먹고 과외 갔다 오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사 왔다.


 문득 나보다 이 순간,
더 힘들고 외로울 사람들 얼굴이 떠올랐다.

어머니께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신지, 식재료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문자를 드렸다. 그러고 보니 매일 전화를 드렸던 아버지께는 오늘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안부를 여쭈어야지.

몸이 편안해지니 마음이 넉넉해진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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