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의 사전적 의미를 보니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저녁 9시도 안 돼 자연스럽게 눈꺼풀이 내려앉고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는 나 또한 아침형 인간의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나의 수면 패턴은 선천적 생체리듬과 나이에 따른 현상 등의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직장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란 나름의 생각을 해 본다. 그럴만한 이유가 일단 나의 출근 시간이 길다. 서울 강남까지 가려면 마을버스로 한번, 지하철로 두 번의 환승, 그렇게 해서 걸리는 출근시간은 대략 1시간 40여 분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적어도 새벽 4시에 이불을 걷어 차 일어나야 하고 새벽 5시 이전에는 집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나는 8시 30분의 출근시간보다 훨씬 빠른 7시도 안 돼 회사에 도착을 한다. 이런 출근 시간으로 인해 아침 일찍 일어나고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드는 일에 습관화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일찍 출근을 하다 보니 그 시간대에 출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도 있게 됐다. 이 또한 편견적 시각일 수 있어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뭉툭한 작업화에 다소 허름한 작업복, 먼지가 채 가시지 않는 배낭가방을 들춰낸 중 장년의 남성분들이 많은데 이들에게서 일용직 건설 노동자라는 진한 땀의 향기를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는 50~60대 아주머니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아마도 아파트나 빌딩 등에서 미화일을 담당하시는 분들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미화일의 특성상 새벽 일찍 출근한다고 하니 이런 내 짐작이 맞다면 대한민국에서 하루 일과를 가장 먼저 여시는 존경스러운 분들이 바로 이분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기서 다시 내가 남들보다 먼저 출근을 서두른 이유를 조금 더 보강하자면 아침 일찍 출근길에 나서면 시간적 여유가 넉넉해 쫓기듯 출근을 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출근전쟁 때를 피하니 승객들로 부대끼지 않아서 좋기도 하거니와 앉아서 가면서 잠깐의 수면도 보충을 할 수 있어 참 좋다.
그래서 오늘도 이런 맛에 새벽 일찍 잠자리의 이불을 걷어차는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에 일찍 출근하다 보니 "그렇게 먼 곳에서 어떻게 일찍 출근하세요, 참 대단하십니다" 라며 응원을 보내는 직원들도 있지만 일부 직원들 사이에는 "내가 회사에 잘 보이려고 일찍 출근하는 것으로 잘 못 이해 하고 있는 눈치도 때론 엿보여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회사에 충성하는 걸로 오해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아침 일찍 출근을 서두른 이유는 단지 편해서 일뿐 다른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