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정신과 약을 빼먹었다.
아무래도 방학이라 아침에 애들이 있다 보니, 약 먹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조심하다 보니 빼먹은 것이다.
그리고 요즘 고민되는 게, 오전에 11시에 일어나는데.. 아침약을 그 시간에 먹어도 괜찮은가?이다.
일어나자마자 먹긴 하지만 그게 오전 11시라는 것이 약효가 안 맞을까 걱정이긴 하다.
암튼
약을 하루 안 먹은 바로 그날
또! 야한 꿈을 꾸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내 사타구니를 만지작 거리는 것을 잠결에 깨닫고 잠이 깬 것이다.
창피했다. 나이 마흔다섯 살 주부가. 애도 둘 낳은 여자가, 몽정도 아니고......
어떻게 약을 하루 안 먹었다고 바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여자일까?
남편은 편하게 생각하라지만, 정말 나는 견디기가 괴롭다.
딱 하루 빼먹어도 이지경인데
며칠 빼먹으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새벽에 잠이 깨면 (요실금 같은 증세로 꼭 한 번은 새벽에 일어난다)
무조건 약 먹고 다시 자려고 한다.
덕분에 진짜 약은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아침마다 잘 먹고 있다.
반면에 저녁약은 잘 안 먹는데
너무 일에 치여서 두근거리는 것이 잘 가라앉지 않으면 신경안정제 류의 저녁약을 먹고, 잠을 자는데,
술 먹으면 약 먹지 말라 그래서....
주 3회는 술을 먹으니까, 저녁약은 남아돌고 있다.
술을 막 취하게 먹지는 않고, 맥주 1캔 정도만 기분 좋게 먹고 있다.
술을 먹기 말라고는 안 했으니까
정신과 저녁약을 안 먹는 것에는 죄책감은 없는데...
당뇨에는 죄책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매일 새벽 2시에 일이 끝나면 맥주 한잔이 그렇게 당기는 것을 참기가 어렵다.
이건 내가 정신병자라서가 아니라
사람이면 대부분 다 그럴 것이다.
게다가 딱 맥주 1캔으로 끝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자제력이 있다는 것이니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암튼 당뇨약이나 정신과약이나 감기약이나
약은 빠뜨리지 말고 먹어야 제대로 효과가 나겠지
정말 아침약은 하루도 안 빠지고 먹어야겠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사실 특히나 정신과약은 자꾸 먹을 때마다, 안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계속 다짐을 해야 한다
약을 먹은 후로, 큰애한테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약을 먹은 후로, 애들한테 악을 쓰지 않았다
약을 먹은 후로, 남편한테 욕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아직은 약을 먹어야 한다 라고......
약을 먹고 치유가 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그러니 정신과약은 안 먹는게 좋다던데 하는 말은 듣지 말고, 철저하게 더 열심히 먹자고 다짐을 해야 한다.
게다가 야한꿈도 꾸기 싫으니까 더더욱 약을 먹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