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고 실천하는 아침,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손짓, 하나의 따뜻

by 비니의화원


출근길

환승하기 위한 에스컬레이터 앞으로 긴 줄이 만들어진다.


지하철 각 칸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탑승 줄에 합류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줄은 금세 두줄이 되고

사람들 사이의 빈틈으로 하나둘 끼어들며


서서히 하나의 줄로 완성된다.


어제 아침

술 냄새를 가득 머금은 청년이 내 앞에 선다.


다른 날이었다면

'얼마나 마셨으면…'

'아침까지 마신 거 아니겠지?' 했을 텐데

가족 장례를 치른 다음 날인 나는

'혹시 이 청년도 추모의 주말을 보냈을 수도'

하고 술냄새는 가벼이 넘겨졌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른쪽은 서서 가기, 왼쪽은 걷기로

암묵적으로 약속되어 있다.


걸어가는 왼쪽 라인에 선 어르신 두 분이

뒤를 돌아보며 당황스러운 몸짓을 하신다.


걸어가는 라인인지 모르고 오르셨는데

걸어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으니

멈춰 선 것이다.

빼곡하게 들어선 긴 줄 어디에도

두 분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신 모양이다.


어르신 뒤에도 많은 이들이 걸을 준비를 하고 있고

환승 지하철이 곧 들어오는 이들은

멈춘 이유를 찾기 위해 고개를 내밀어 바라본다.


그때 내 앞에 선 청년이 손을 내밀어

어르신이 본인 앞에 설 수 있도록

확실한 손짓을 보낸다.


나도 얼른 손을 내밀어

다른 어르신 한 분을 내 앞에 모시고

가방을 최대한 내 몸에 밀착시켰다.


한 칸의 계단을 여유 두고 서야

앞뒤 사람 모두가 편안한 간격이지만

우리 네 사람은

한 칸마다 한 사람이

간격 없이 서서 정상까지 올라갔다.



비록 자리는 좁았지만

어르신들만큼이나 내 마음도 편안한 아침이었다.



나는 그동안 내 앞 자리를 양보할 때

걸음을 멈춰 서서

틈을 만들어 내 앞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청년이 보여준 손짓은

뒤에서 보는 나에게

청년이 품은 큰마음으로 다가왔다.








오늘 아침,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좁은 에스컬레이터

내 옆으로 여고생이 선다.


어른들 틈 사이로 껴야 하는데

안절부절못하며 몇몇의 어른들을 먼저 보낸다.


내 차례가 될 무렵 걸음을 멈추며

틈을 벌린 뒤 청년의 그 손짓을 따라 한다.


여고생이 냉큼 내 앞에 서며

몸을 반 돌려 목례를 꾸벅 한다.


"잘 다녀와요."

한 마디 덧붙인다.


청년에게 배운 손짓 하나

오늘 아침 바로 실행에 옮겨 보았다.


나의 손짓 하나가

여고생의 등굣길이 아주 조금은

편안해졌길 바라며

나 또한 기분 좋은 출근을 한다.


별 거 없는 손짓 하나는

내가 자리를 양보를 한다는

확실한 신호가 된다.


무언의 간격 벌리기보다

손짓 하나가 주는 온기는

서로가 나눠 갖는 따뜻함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도

배움은 이루어진다.


배우면 실행에 옮겨보자!

한번의 실행이 다음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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