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드리우는 걸까. 스멀스멀 봄기운이 내 몸과 마음에 전해진다. 산책길 고개 들어 나뭇가지를 살펴보니 꽃몽우리들이 움트고 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지치기도 했고 반포기 상태로 한없이 느려졌던 마음에 이제 겨울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라고 봄이 나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 손 놓고 있던 나와 달리 많은 정보 수집과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고민했던 짝꿍이 우선 농막부터 하나 설치하고 도농 생활을 해보자고 한다. 하여 2022년 2월의 마지막 날 농막 하나를 계약했다. 주문 후 40일이 걸린다는 농막이 도착하기 전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가설건축물 신고부터 농막 놓을 자리를 준비해야 하고 정화조 수도 전기 공사까지 미리 해놓아야 한다. 이런 과정들이 순조롭기만 할까. 아! 그래서 지어진 집을 사라는 거였구나 싶었다.
공사는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동네분 한테 맡겼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외지인한테 의뢰하는 것보다 마을분들과 친분을 쌓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공사에 관한 의논 차 직접 마을로 찾아가던 날 주변분들한테 떡 한 상자씩 나누어 드렸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사실 방문하기도 조심스러웠는데 모두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떡 선물 받았다고 감자 한 봉지를 담아주고 또 어떤 분은 점심으로 수제비와 커피까지 마시고 가라며 준비해 주셨다. 마을분들의 뜻밖의 환영과 넉넉한 인심에 앞으로 이웃들과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사실 사람이 살면서 날마다 마주하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보다 더 소중한 게 있을까 싶다.
아침저녁 가격이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건축 자재비가 고공행진을 하는 바람에 당분간 집 짓기를 미루기로 했다. 우리의 시골살이는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농막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