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옮겨 다닐 생각은 없었다

천년의 수업, 김헌 지음

by 빈땅

처음부터 회사를 여러 번, 그것도 10번씩이나 옮겨 다닐 생각은 없었다.


처음 신입사원이란 이름을 달고 일반 회사(제조업 교육부서)에 들어갔을 땐 마치 회사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 매일 아침 6시 전에 일어나 7시 30분까지 출근을 하고 밤 10시가 넘어 퇴근을 해도 윗 상사의 눈치를 봐야 했던 6개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본 선배들의 모습은 나를 숨 막히게 했고 안타깝고 가엽기까지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상사에게 깨지고 짓밟히며 눈치 보고 살아가던 그들의 모습. 마음이 착하고 여렸던 한 과장님은 부장의 횡포에 무너져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울기까지 했다. 난 그렇게 살기 싫었다.


두 번째 회사는 나름 괜찮은 곳이었는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발목을 잡았고, 세 번째 회사는 꼰대 천지에 무사안일의 극치를 달리며 술로 사람을 죽이려 달려드는 선배들이 인정받는 참 이상한 곳이었다. 네 번째 회사는 비영리단체를 표방했지만 실제는 이사장 개인의 사리사욕만을 채우는 곳이었고.


그나마 다섯 번째 회사부터는 꿈과 이상을 좇기 시작했고, 나름 새로운 기회들을 발견해 가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민간 컨설팅 회사(K), 환경 분야 도시 간 국제기구, UNDP 캄보디아 국가사무소. 한국에 들어와서는 잠시 유럽연합(EU)의 대 아시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곳에서 일을 했고, 마지막으로 다시 K로 스카우트되었다.


경찰이 되겠다고 들어간 대학에서 난대 없이 국제기구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의 방황은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회사의 한 부장님은 내게 경력직으로 그 회사에 입사하기 전 '무려' 7~8번이나 명함을 바꾸셨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하셨는데, 난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면서도 내가 그 기록을 뛰어넘게 될 줄은 몰랐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고 인생을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여러 번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모두 재미난 경험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꼬불꼬불한 국도를 달리면 운전도 더 재미가 있듯, 인생도 그랬다. 계속 이직을 하다 보니 이젠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두려움이 없다. 최근에는 수산업 관련 분야 일을 하며 데이터 사이언스 공부를 시작했다. 뭐든 새로운 것은 재미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시야도 넓어졌다.


"바람과 조류를 살피고 날씨를 가늠하며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을 점검해 보세요. 물에 손을 담가보고 지나가는 물고기 떼를 바라보세요. 답을 고민하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비록 답이 틀려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해도 그 경험은 남은 인생을 올바르게 항해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김헌 [천년의 수업] 중에서


돌고 돌아 다시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고 10번째 퇴사를 했다만, 지금이야 말로 회사를 졸업하고 좀 더 도전적으로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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