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이 되다

아빠표 영어 일기

by 빈땅

2019.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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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처음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듯하다. 무엇보다 학교가 재미있다는 '말'에 안도감이 든다.


정확히 얼마나 됐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는 집에만 있으면 '토끼 인형'과 놀아달라고 난리다.


5살 때였던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유치원에서 선물로 받아왔던 초록색 계열의 토끼 인형이 있는데, 내가 토끼 인형을 들고 토끼가 말하는 것처럼 아이와 놀아준 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잘 가지고 놀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요미의 최애 이 되었다는;


돌이켜 보니 처음 내가 그렇게 놀아주기 시작했을 때, 아이가 '재미있어 죽겠단' 표정으로 숨이 끊어질 듯(?) 깔깔거리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퇴근 후 집에 일찍 돌아와봐야 8시 반은 족히 넘어버리는 상황에서 매일 밤, 그리고 주말마다 '토끼'와 놀아달라는 아이의 요구를 쉬이 들어주는 게 만만치는 않다.


암튼 핵심은 바로 토끼가 '영어'로 이야기한다는 것. 지금도 난 이렇게라도 '영어'에 노출시키려 노력하고 있고, 기특하게도 요미는 제법 잘 따라오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얼마 전 시작했다고 언급한 바 있는 리딩게이트. 하교 후 할머니 집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리딩게이트로 학습하는 것도 이제 어느 정도 습관을 붙인 듯하다. 영어 학습 시마다 달력에 붙인 스티커도 한 페이지를 넘어가고.


듣기는 원래 잘 하는 걸 알았지만, 요즘은 말하기도 그렇게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토끼랑 놀 때 보면, 간단한 표현들은 곧잘 내 뱉는다. 요즘은 아이 머릿 속에 산재해 있는 영어 퍼즐들이 그래도 맞춰진다는 느낌이랄까?


며칠 전에는 오래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일부러 데려 나가 보았다. 2시간여 동안 내가 신나게 수다를 떠는 동안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아이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 지켜보았고 돌아오자마자 영어책을 집어 들었다.




2019. 9. 18.


간밤에 잠을 자려고 불을 껐더니 아이가 묻는다.


"아빠 이제 잘꺼야?"


이제 자려고 불을 끄는 상황에서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인가 하는 사이, 아이가 다시 말을 잇는다.


"Silly question..." 하고.


어랏, 이 녀석 이 표현은 어떻게 알았지?


신기하고 놀랍단 생각에 어디서 배웠냐 영어로 물었더니, 얼마 전 본 Whisker Haven 애니메이션에 나온 대사라며 상황을 설명해준다.


지난 주에 8살 생일을 맞은 아이는 여전히 가끔 30분에서 1시간 정도 페파 피그, Whisker Haven, My Little Pony 같은 애니메이션을 영어로 보고, 가끔 리딩게이트에서 쉬운 영어책 1~2권을 읽고 문제를 푼다. 아빠는 여전히 종종 영어로 말을 걸고, 아이는 신기하게도 알아듣고 대답을 한다. 한글로 답하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가끔은 Happy Birthday 철자를 불러줘도 적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아주 간단한 "You're wrong"이란 문장의 뜻을 몰라 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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