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잔, 경제적 자립으로의 한 걸음

by binter

입사한 지 1년이 안되었을 시점, 어느 아침 출근길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을 하던 시기였는데 가끔 회사에 나가야 할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 택시비를 지원해 주었기에 택시를 불러 편안하게 가고 있었다.


"신입이신가요?"
"네 맞아요!"
"허허 요새 취업 어렵다던데, 축하드려요. 월급은 괜찮아요?"
"음... 제 능력에 비해 높은 것 같아요"


회사 월급이 많아서, 자신감이 없어서도 저런 대답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 시기의 나는 돈에 연연하지 않았다.

오로지 관심사는 딱 하나였다.

'스스로 밥벌이할 수 있는 경제적 독립 능력을 갖췄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


하지만 1년, 2년, 3년, 4년...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는 변해갔다.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의 맛이 너무나도 중독성이 강했던 것일까. 나에게 더 많은 돈이 필요 없음에도 자꾸만 더 욕심을 내고, 그 욕심에 불을 지피기 위해 불필요하게 소비를 해댔다.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 불확실한 곳에 큰돈을 투자하고, 비싼 밥을 먹고, 비싼 물건을 샀다. 그리고 인터넷에 저울질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올린 직군 및 연차별 연봉을 보면서 나는 어디쯤인지 자꾸만 확인했다. 이제는 월급으로부터 독립이 필요해진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유야 수십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담아 올해 2월에 「나는 죄수다」라는 글을 썼다. 회사를 감옥으로, 상사를 교도관으로, 나와 동료들을 죄수로, 그리고 회사에서 하는 일을 죄수들을 얌전하게 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일로 치부한 아주 발칙한 글이다. 그리고 이제, 더 발칙해지자면

나는 감옥에서 풀려났으니 해방되었다.

하지만 그 해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바로 경제적 자립이다.


자립과 독립 분명 다른 정의인데 그 차이는 꽤 모호하다. 나는 이렇게 구분해 보기로 했다.

독립: 미시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아니하고 문제를 해결함.


사회 초년생이 취업하여 돈을 버는 것을 경제적 독립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취업도 '회사'라는 작은 사회에 속하고 그 사회가 던져주는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므로, '미시적'인 상황으로 한정 지어 정의 내렸다.


자립: 어떤 경우에도 휘둘리지 않음. 해결할 문제를 선택하는 것부터 해결까지 일련의 과정에 자기 자신이 가장 크게 개입함.


쉽게 말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 모두 자기 자신이 가장 크게 개입하는 것을 자립으로 정의했다.


나는 지금, 자립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앞으로 내가 어떤 문제를 만들어낼지, 곰곰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6화일곱째 잔, 호주에 사는 멕시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