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제가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아마 많이들 보셨을 텐데요, 바로 우리가 '황금돔사원'이라고 부르는 건물입니다. 그런데 '황금' '돔' '사원' 세 가지 중에서 올바른 명칭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진을 보시고 정답을 골라보실까요?
1. 황금
건물 지붕이 노란 빛깔인 게 보이시죠? 저건 실제로 황금이 맞다고 합니다. 제가 깨물어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들 합니다. 언제부터 도금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이 건물이 건축된 게 7세기 말이니까 후대에 개축되면서 도금했을 것으로 추정되기는 합니다만, 건물을 처음 지을 때 이집트 지역의 7년 치 세수를 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대한 비용을 들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도금을 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7년 치 세수는 당연히 과장된 표현입니다.)
따라서 이 건물의 이름에서 황금은 중요하겠지요? 정답은 아닙니다. 이 건물 이름에 황금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저 황금에만 눈이 멀어서 이 건물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황금이라는 용어를 갖다 붙인 거뿐이지요.
2. 돔
돔은 둥그런 양식(반구형)의 지붕을 의미합니다. 황금 부분이 구의 형태로 매끈하게 지어진 게 보이시죠? 이런 양식은 당연히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 건축되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그래서 건물 이름에 실제로 '돔'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이게 정답!
3. 사원
우리말 사원은 기도드리는 곳을 의미합니다. 이슬람 사원은 아랍어로 마스지드(Masjid)라고 부르고 이게 영어로는 모스크(mosque)로 변형돼서 전파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은 기도드리기 위해 지은 공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모스크라고 불리지 않으며 우리말로 사원이라는 명칭을 써서는 안 됩니다.
모스크가 아니라면, 이 건물은 용도가 뭘까요? 사실, 학자들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고 아직도 논쟁이 오가고 있는 주제입니다. 이 건물은 당시 무슬림 건축 양식과는 달리 예외적으로 매우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졌는데, 이를 두고 예루살렘을 새로운 성지로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거나, 아니면 웅장한 건물이 많은 기독교에 대항하기 위해 지은 상징적인 건물로 추정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건물이 무엇인가를 '기념'하기 위한 건물이라는 점입니다. 그건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바위'입니다.
이 바위는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 모두에서 신비한 전승이 전해지는 신성한 상징물입니다. 세계의 창조가 시작되고,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올린 제단이고, 무함마드가 하늘로 승천한 곳 등등 다양한 설화가 존재합니다. 무슬림들은 7세기에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반 세기 뒤 이 바위를 주춧돌(foundation stone)로 삼아 건물을 지었고, '바위돔(Dome of the Rock)'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바위 내부에는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을 따라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작은 동굴이 나옵니다.
바위 안에 이런 동굴이 있다니 신기하지요? 무슬림들이 꾸며 놓아서 더 신비한 느낌이 듭니다. 바위돔이 비록 모스크는 아니지만, 바위가 워낙 신성하게 여겨지다 보니 이곳에서 기도드리는 무슬림도 볼 수 있습니다. 이들한테는 황금따위보다 바위가 훨씬 중요하겠지요?
그러니 황금돔사원이라는 명칭은 대단히 잘못된 표현입니다. 일부 무슬림들은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것도 모자라 황금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기독교도들이라면 더더욱 신경 써야겠지요? 자신들의 종교 설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바위'를 내버려 두고 '황금' 운운한다면, 기독교를 모독하는 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