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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May 03. 2024

流: 연약하게 태어나 아름답게 헤쳐가는 세상살이

: 나는 무엇으로 태어났을까?

글/그림; 엠마 줄리아니, 이세진 옮김, 『나, 꽃으로 태어났어』(비룡소, 2014)




노란 달빛으로 세상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 아래 검은 잎사귀를 가진 붉은 꽃이 피었다. 그 옆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채 흐늘거리는 가느다란 줄기가 있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그 위를 힘겹게 기어 올라가고 있다.



그 무당벌레를 따라 책을 열면, 굽이굽이 산을 넘어가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접혀 있던 종이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자신을 감추고 있는 다양한 꽃들이 수줍게 피어 있다. 접힌 종이를 조심스럽게 열어보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화사한 꽃들이 자신을 활짝 드러낸다.






‘꽃’은 아름다움의 대명사이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자연이 선물해 준 꽃의 아름다운 모습, 색깔, 향에 눈길이 가고, 강인해 보이지 않지만 결코 연약하지 않은 그 모습에 마음이 간다.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자란 꽃은 그것을 주변과 나누고, 서로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한다. 그런데 꽃을 따라가다가 보면, 꽃이 아니라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꽃은 사람의 세상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사람의 모습을 꾸며주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표현해 주기도 한다.



무당벌레를 따라가며 만나는 꽃들은 그 모습이 제각각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을 병풍처럼 쫙 펼쳐놓으면 한 사람의 생애가 한눈에 보이는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고, 어린아이에서 노인이 되고 관에 누울 때까지 험한 세상에서 나름의 노력으로 잘 살아보려고 했던 어떤 사람의 삶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 입체적인 그림 속 짧은 이야기에서 ‘나는 무엇으로 태어났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받은 것을 주변과 나누고, 이 세상 속에서 잘 어우러져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나도 꽃처럼 의미 있고, 슬픔을 공유하는 존재로 험한 세상을 아름답고 우아하게 헤쳐나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한다.



분명 누구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반드시 있고, 의미가 있다.

이 세상은 험하기만 한 곳은 아니다.  

아름답게 헤쳐나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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