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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Oct 11. 2024

(인정의 단계) 예쁨의 발견

: “되게 예쁘다”

글: 황인찬, 그림: 이명애,『내가 예쁘다고?』(봄볕, 2022)

    



수업 시간 짝이 ‘나에게’ 작게 던진 한 마디.



“되게 예쁘다”



너무도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가 ‘나’를 향해 있는 것 같아서 쉬는 시간에도 ‘나’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남자인 ‘나’에게 예쁘다는 말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무시되지도 않는 말이었다. 짝의 작은 소리가 ‘나’에게 큰 울림이 되어 닿았다. ‘예쁘다’는 말은 ‘혹시나’하는 기분 좋은 생각을 데려온다. 그냥 떨쳐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말이다.



‘멋지다’ 혹은 ‘잘 생겼다’는 말이 아닌 ‘예쁘다’는 그 말이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나’는 궁금해졌다. 색연필 하나도 빌려주지 않던 짝이 ‘나’를 예쁘다고 한 것에 대한 궁금증이 하루 종일 머리에 맴돌았다.



어디가 예쁜 것일까? ‘나’는 빤히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니 자신도 예쁜 데가 있기는 있는 것 같았다. 또, 할머니가 ‘나’를 볼 때마다 ‘잘생긴 내 새끼’라고 하는 말도 예쁘다는 것과 통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어쩌면 자신이 정말 예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짝이 던진 ‘예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나’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말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짝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은 다음날 ‘나’는 짝에게 먼저 인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짝에게 먼저 인사를 해 본 적이 없었지만, ‘나’에게 예쁘다고 말해 준 짝이었다. 그것은 ‘나’에 대해 호의적인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고 생각했다. ‘예쁘다’는 말에는 인정과 설렘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는 짝에게 다가갔다. ‘나’가 꺼내든 용기가 짝의 한 마디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와, 되게 예쁘다.”

“진짜 예쁘지?

내 자리 엄청 좋아!

여기서는 창밖에 벚꽃 핀 게 보이거든.”



‘나’는 얼굴이 너무 뜨거워졌다. 귀까지 빨개진 ‘나’의 뒷모습에서 ‘나’의 얼굴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너무 창피해서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나’는 그 길로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예쁨을 부끄러워하면서 짝의 말을 오해한 것에 대해 자책했다. 그리고 ‘나’의 마음 안에서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마음과 돌아갈 수 없는 마음이 서로 다투기 시작했다.


 

‘나’는 분홍색 팝콘이 날리는 듯한 벚나무 아래서야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벚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짝의 말처럼 벚꽃은 너무 예뻤다. 벚꽃 아래서 올려 다 본 하늘 아래 벚꽃은 짝의 말처럼 충분히 예뻤다. 예쁜 걸 보니 자신의 창피함도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예쁘다’는 말은 비단, 여자들에게만 한정된 단어가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할머니는 ‘나’도 예뻐했지만, 해 질 녘 노을도 예뻐했다. 이 세상은 모두 그 나름의 ‘예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다만, 벚꽃의 예쁜 것과 저녁노을의 예쁜 것이 다르다. 또, 벚꽃이 필 때의 예쁨과 질 때의 예쁨도 있고, 저녁노을의 예쁨과 푸른 하늘의 예쁨도 있다. 화려한 순간만이 예쁜 것은 아니다. ‘예쁘다’는 상대적이고 개인적이다.



짝의 ‘예쁘다’는 말에 설레어 그 말을 ‘나’가 곱씹어보지 않았다면, 창문 너머 벚꽃의 예쁜 모습을 ‘나’는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오해였지만, 짝의 말로 인해 ‘나’는 ‘예쁘다’는 것에 관심이 생겼고, 공감하는 마음이 생겼다.



‘예쁘다’는 것은 특별하게 부여된 것이 아니라, 이미 누구든 혹은 무엇이든 가지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울림이 건네주는 위로가 있다. ‘예쁘다’는 말을 쉽게 하면서도 그것의 가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그 말이 스쳐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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