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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애 Nov 15. 2024

나는 악덕 업주입니다.

스터디카페 사장, 고시원 원장의 고백


I 스터디 카페 이야기


삼수생 K 회원님


착한 마음씨를 가진 K학생은 새벽 청소도 하기 전에 출석해서 자리를 잡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제일 먼저 와서 자리에 앉을 때, 나는 한쪽에서 학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오늘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자리에 가득한 책들, 그 책들 사이로 보이는 고요한 집중력이 나를 항상 감동시킨다. 학생이 다른 좌석으로 자리를 바꿀 때면, 마치 자신의 공부 환경과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 같아 보인다.

청소를 하려고 창문을 열 때마다, 항상 따뜻한 미소로 나에게 인사한다. 그 미소 속에서, 피곤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같은 느낌이 든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 짧은 인사말이 나를 괜히 울컥하게 만든다. 그동안 청소가 끝난 후 학생에게 준 작은 비타민 음료나 에너지바가 작은 힘이 됐다는 생각에 나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때때로 나에게 문자로 감사 인사를 보낼 때, 성실함이 묻어나서 나도 모르게 '정말 이 친구는 잘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커진다.


학생이 삼수생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늘 마음 한구석을 찡하게 만든다. 단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고,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이번에는 꼭 합격할 거라고 믿지만, 어쩌면, 혹시라도 다시 실패하게 된다면, 학생의 마음이 얼마나 마음이 속상할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수능 전 작은 초콜릿을 학생에게 건네며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이번엔 꼭, 이번엔 꼭 합격하길."


수능이 끝난 후 첫새벽, 학생의 자리를 다시 봤을 때, 마음 한 구석에서 걱정이 밀려온다. 텅 빈 좌석이 그리도 외로워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학생의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을 보니, 시험을 잘 봤는지, 잘 견뎠는지 걱정이 밀려온다. 아무도 입실하지 않은 조용한 공간에서 빈자리를 바라보며, 문득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제발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시험 잘 봤기를.


I 고시원 이야기


302호 아름다운 배달 K청년


밤낮으로 배달 일을 하며 살아가는 302호 입실자 K 씨는, 언제나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청년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그의 표정은 늘 밝고, 그 미소는 세상의 모든 피로를 씻어내는 듯하다. 가끔 그가 와서 말할 때면, "오늘도 힘이 나네요, 원장님 덕분이에요."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우리의 마음을 녹인다.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가 이렇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 나는 뭉클해진다. 그에게서 정말 순수한 열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 처음 고시원에 입실했을 때부터 이 청년은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고,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여러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돈을 모아서 코인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전 재산을 잃었다고 한다. 그때의 아픔을 말할 때는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일어설 거라고 결심하며 고시원에 들어왔다.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에게 진심으로 격려를 보냈다. "괜찮아, 아직 젊고, 또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그 후로, 청년은 늘 남편을 보면 희망을 찾는다고 한다. 남편이 그에게 늘 해주던 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K 씨는 아직 젊고, 기회는 언제든지 다시 온다. 그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라." 그 말을 들은 후 청년의 얼굴에는 확실히 변한 점이 있었다. 더 밝고, 더 힘이 나 보였다. 그가 그 말을 마음속으로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남편 이야기


잠깐 남편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 남편은 정말 특이한 사람이다. '돈'에 관심이 많아 '괴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남편이 그렇게 살아온 모든 과정이 멋지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는 종종 나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대학교 3학년 때에는 갑자기 주식을 배우러 지방에 간다며, 졸지에 나는 1년 동안 남자친구를 군대 보낸 것만 같은 '꽃신'이 되었다. 그렇게 결국 남편은 주식 투자 대회에서 입상하며 성공을 거두었고, 졸업 후 증권회사에 취업했다. 남편이 얼마나 이 길을 위해 노력했는지 알기에, 내게 보여주는 삶의 방식과 그 과정에 더 큰 존경을 보내고 싶다. 그해 졸업과 동시에 우리는 결혼을 했고, 거의 단벌 신사로 생활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평일에는 증권맨으로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는 경조사가 많은 달에 대리도 뛰고, 알바도 서슴없이 했다. 대리 뛰는 남편이 안쓰러워 울기도 많이 울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라고 물으면, 그는 "이 모든 것이 나중에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라고 말했다. 이렇게 우리는 투자에 투자를 거듭하면서, 그 덕분에 지금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남편은 언제나 청년에게 "아직 젊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빨리 돈을 모아서 내 집을 마련해라"는 이야기도 자주 해준다. 그 말에 청년은 늘 고마워하며, 한 발 더 나아가려는 용기를 얻는다.


"K 씨 오토바이 항상 운전 조심해야 돼요"

"원장님 사실 저 엊그제 오토바이 사고 나서 죽을 뻔했어요. 근데 그 순간 원장님 얼굴이 떠올랐어요."


이 말을 들었을 때, 한순간에 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청년이 얼마나 큰 위험을 겪었는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정말 다행이다, 크게 다치지 않아서."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가 그 위험 속에서도 나와 남편의 얼굴을 떠올렸다는 사실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그에게 안전을 기원한다.


"빨리 내 집 마련해서 고시원에서 나가주세요."




I 고객이 빨리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정말 특이한 사업을 하고 있다.


스터디카페는 고시, 자격증 시험, 대학교, 취업 등 목표를 이루어야 이곳을 떠날 수 있는 공간이다. 

고시원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이다.
그래서 언제나 내 마음속으로 그들이 성공을 이루고, 반드시 더 나은 삶을 살길 기도하며 응원한다.


스터디카페와 고시원, 두 공간의 고객층은 서로 다르지만, 나는 그들이 모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그들이 꿈을 이루고 떠날 때, 나는 정말 진심으로 기쁘다. 시험에 합격하고, 취업에 성공해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면, 그들이 떠나는 그 순간이 내게는 가장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임대주택에 담청 되어 떠나게 된 입실자에게 건네준 휴지


어제도 아름다운 청년에게 "하루빨리 내 집 마련해서 고시원에서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고객에게 '나가라'는 말을 하는 우리도 좀 웃긴 상황인 건 알지만, 그만큼 진심이니까 어쩔 수 없다.


나는 고객들이 빨리 나가길 바라는, 악덕 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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