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내부는 많이 낙후된 시설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인수받기 한 달 전부터 계속 만실이었던 2호 고시원을 우리는 알짜배기라고 여겼다. 이미 만실이었으니, 하루하루 조금씩 손보며 가기로 했다. 그때, 302호 입실자가 나갔다. 오래 사신 분이셨는지 방이 충격적일 만큼 더러웠다. 우리는 "이곳보다 더 더러운 방은 한동안 없겠지" 생각했지만, 그것이 정말 시작에 불과했다. 최대한 깨끗하게 수리한 뒤, 홍보해서 302호에 새로운 입실자가 들어왔다.
그때부터 진짜 사건이 일어났다.
전 원장님을 비롯해 고시원 입실자들 모두 알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던, 알고 싶지 않았지만 알아야만 했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혹은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 중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원장님 어디서 자꾸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고시원 안에서는 고양이를 키울 수 없어요. 아마 옥상에서 들리는 거 아닐까요?" "아니요, 308호 앞을 지나가면 매일 밤 야옹, 야옹 소리가 들린다니까요. 너무 소름 끼쳐요."
등골이 서늘해지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지? 직감적으로 무언가 이상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핑 돌았다.
우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의 정체를 추적하기로 했다.
"야옹, 야옹."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바로 308호 앞이었다.
"똑똑." 고양이 소리가 멈추고, 문을 열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똑똑." "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원장입니다. 확인할 게 있어서요. 잠시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3분 정도가 흘렀을까. 문이 열렸다.
그는 몸만 빠져나온 뒤, 누가 볼까 무서운지 문을 재빨리 닫았다.
"308호님, 혹시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 안 들리세요?"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 사실 제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요."
그의 목소리가 떨리며, 시선이 자꾸만 다른 곳을 향했다. 뭔가 숨기고 있던 것이 드러나자, 그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표정에서 긴장감이 역력히 묻어났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마치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피하려는 듯 눈을 피했다.
옥상에 올라가 자초지종을 듣기로 했다. "사실 5년 전, 일 끝나고 집에 오다가 새끼 고양이가 죽어가고 있어서 데려왔어요. 죄송해요." "네...? 5년 전요? 전 원장님은 몰랐으셨나요?" "모르셨을 거예요. 아니면 알고 계셨을 것 같긴 한데..." "그렇군요. 308호님 마음은 알겠어요. 그런데 고시원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건 원칙적으로 안 돼요.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고시원은 공동체 생활이잖아요. 고시원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요." "네, 맞아요. 그런데 정든 고양이를 이제 와서 버릴 수 없잖아요..." "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양이는 키울 수 없어요. 정말 죄송해요." "네, 잘 알고 있어요. 사실 사업이 망해서 10년 전 여기로 오게 됐는데, 이제 빚도 많이 갚았고, 이제 천천히 원룸을 얻으려고 했거든요. 원장님, 저한테 딱 한 달만 주시면, 정리하고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308호는 짐을 하나씩 빼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문이 열려 있었을 때, 우리는 상상도 못 한 장면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쓰레기 방을 맞이할 결심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깜깜한 탄광' 같았다. 벽지는 누렇고 까맣게 변색되어 있었고, 침대 이불은 분홍색이었지만, 언제 빨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누런 회색으로 바래 있었다. 커버가 없는 침대 매트리스는 고양이 오줌인지, 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얼룩졌고, 책상 위에는 담배꽁초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악취였다. 오랫동안 땀과 온갖 냄새들을 흡수한 벽지와 매트리스, 이불에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냄새가 났다. 비위가 약한 남편은 자연스레 헛구역질을 하며 뒷걸음질 쳤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진짜 미친 거 아니야?'
"308호님,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청소 한 번 안 하셨나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내부 좀 봐도 될까요?"
그는 체념한 듯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순수하고 착한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이 상황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화장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듯한 민트색 변기는 시커멓게 변색되어 본래 색을 알 수 없었고, 벽과 바닥엔 검은 때가 가득했으며, 똥 닦은 휴지는 사방에 널려 있었다. 이런 카오스 속에서도, 유독 건강해 보이는 308호님이 문득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게 사람이 사는 방이란 말인가...?'
믿을 수 없었다. 화가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울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화가 나지만 흥분은 억누르고, 최대한 침착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308호님,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이렇게 살았어요?"
"죄송합니다." 308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야옹."
더러운 방에 정신이 팔려 눈치채지 못했던 고양이가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고양이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침대 이불속에 한 마리, 옷장 위에 한 마리, 침대 뒤에 또 한 마리. 그는 총 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 우리는, 그저 착한 마음만으로 고양이들을 데려와 고시원에 살고 있었던 308호에게 말문이 막혔다.
"어쩌자는 거예요, 308호님..." "정말 죄송합니다. 원장님. 제가 최대한 다 버리고, 치우고 갈게요. 할 말이 없어요. 죄송해요."
우리는 정말 미안해하는 308호에게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불쌍한 고양이를 품어주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그에게 그저 쓰레기들을 최대한 치워달라는 말 밖에는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지옥의 룸투어
남편과 나는 블로그를 통해 고시원 창업 이야기를 연재하며 이웃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봐주셨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가끔은 비밀 댓글이나 쪽지로 강의나 컨설팅을 요청하는 분들이 생기기도 했다.
'고시원 창업'을 검색만 해 봐도 알겠지만, 작게는 십만 원에서 몇백에 이르기까지 고시원 강의와 컨설팅이 있다. 또 한 낙후된 고시원을 깔끔하고 예쁘게 싹 다 고쳐서 "예쁜 우리 고시원 보러 오세요"라고 일명 '고시원 룸투어'를 하는 능력자이신 이웃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는 큰돈 들여서 싹 다 인테리어 하지 않기 때문에, 룸투어 할 생각도 없었지만, 고시원 창업에 관심 있는 초보분들이 우리처럼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도움을 드리고 싶었던 마음은 항상 있었다.
예정대로 308호는 한 달 뒤 감사했다며 작별의 인사를 한 뒤 떠났다. 마음씨는 정말 착한 분이었다.
모든 짐이 빠진 308호 방은 더 처참했다. 헛구역질이 나,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바로 그때, 우리 남편은 다시 한번 ‘긍정의 왕’으로서 뜻밖에 의견을 내놓았다
"여보 지옥의 룸투어 어때?"
고시원 창업에 관심 있는 블로그 이웃들에게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지옥의 룸투어'라는 이름으로 고시원 창업 전에 최악을 먼저 맛보게 해 드리기. 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마감되었다. 룸투어가 끝난 뒤, 카페로 자리를 옮겨 고시원 창업의 현실, 수익률, 고시원 매물 보는 방법, 고시원 인테리어 본질, 만실 채우는 방법, 질의응답시간 등 두 시간 정도의 작은 강의를 해드렸다.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고 월천'이라는 달콤한 말만 가득한 유튜브와 블로그 안에서 '고시원 지옥의 룸투어'는 당연 폭발적인 인기였다.
신기한 것은 오셨던 많은 분들이 '과연 무료가 맞을까? 다른 강의를 유도하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고 하셨다.
"여기 오기 전까진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무료라고요? 말이 되나 했는데, 정말 무료로 커피까지 얻어 마시고 가네요. 오늘 강의 정말 유익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는 경험을 나누며 또 한 번 성장했다. 우리의 진심이 통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보람을 느끼며 성장했다.
"저희가 이 경험으로 한번 더 성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후에, 다신 나오지 않길 바랐던 쓰레기 방은 다시 등장했고, 우리는 또 한 번 무료로 '지옥의 룸투어'를 진행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바다에 붓는 한 방울의 물보다 하찮은 것이다. 하지만 그 한 방울이 없다면 바다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마더 테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