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지 사흘 만에 같은 학과의 석사 과정 대학원생으로 재입학했을 때, 이런 느낌을 받았다. 도망치듯 대학원에 입학하긴 했지만, 7년간 공부하러 다니던 곳이었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대학원생 생활을 시작하게 되니, 나는 낯선 환경을 접하게 되어 많이 당황하고 말았다.
대학원생이 되면 대학생 시절과는 무엇이 달라질까? 사람마다 다르게 말하겠지만, 나는 대학원생들끼리 부르는 명칭, 대학원생을 위한 특별한 공부 장소,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회식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느꼈다.
먼저,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학생들끼리 부르는 호칭이 다르다. 대학생 시절에는 서로를 지칭할 때 학번이나 나이에 따라 '~ 형님/누나, ~ 선배, ~야' 등 사적으로 친하거나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을 사용한다. 이러한 호칭들을 사용하게 되면 공적으로 일하기도 하지만, 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이기 때문에 사적으로 친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 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공적인 관계로만 남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다녔던 대학원에서는 입학 연도, 이수 과정에 상관없이 모든 대학원생을 '~ 선생님'으로 불러야 했다. 우리 학과에서는 모든 연구자의 개성과 학업적 성취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지만, 나는 이 호칭에 적응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주는 인상이 많이 딱딱해서 그렇게 느끼기도 했지만, '난 이곳에서 아무것도 배운 게 없고, 이제 막 대학교 학부 과정을 끝냈는데, 무슨 학업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선생님이라는 명함을 달아야 하는가?'라는 자괴감이 피어올라 얼굴이 후끈거리고 낯간지러웠기 때문이었다. 대학원생의 인간관계가 사적인 관계보다 학술적이고 공적인 관계를 추구한다는 걸 인정했을 때 비로소 이 호칭이 익숙해지게 되었다.
두 번째로, 신분에 따라 학교에서 드나드는 장소가 달라진다. 대학생은 수많은 책상이 놓인 전공강의실과 몇 군데의 특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대학생 시절의 수업 장소였던 전공강의실에서는 교수 한 명이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많은 대학생들은 무리 속에 숨어서 마음 놓고 딴짓을 할 수 있었다. 또한 학부 시절에는 학과 수업을 듣고 나서 복습하기 위해서, 혹은 시험 기간을 대비하기 위해서 도서관, 독서실, 집에서 공부를 했었다. 대학생이 자기 공부를 하려면, 본인이 알아서 학습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그렇지만 대학원생이 되면 대학생 시절에 사용하던 전공강의실 대신 원탁이 놓인 세미나실에서 강의를 듣는다. 교수님의 강의를 보다 가까이서 듣기 때문에 대학생 시절보다 수업 태도에 신경을 쓰게 된다. 대학원 수업은 군중 속에 숨을 수 있을 만큼 많은 학생이 수강하지도 않을뿐더러, 딴짓하다가 걸려서 교수님한테 한 소리를 듣게 되면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학습 공간을 찾아다녔던 대학 시절과 달리, 석사 과정 시절에는 대학원생들을 위한 대학원실을 제공받았다. 다른 대학원생들은 대학원실에서 자기만의 연구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등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하지만 난 그곳에 들어가면 학교에 매여 있다는 느낌이 크게 들어서, 그곳을 자주 이용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대학생의 회식과 대학원생의 회식은 그 목적과 분위기에서 확실히 다르다. 대학생의 회식은 교수 없이 학생들끼리 서로를 알아가면서 친목을 다지고, 선후배와 동기의 인간적인 특징을 알 수 있는 속 편한 자리였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유행하고 있는 2021년 현재는 어떠한 지 모르겠지만, 2~3년 전만 하더라도 회식을 통해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대학생에게 회식은 온다고 해서 마다하지 않았고 오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워하지도 않는 부담 없는 자리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대학원생의 회식은 사회생활의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졌다. 회식이 사회생활의 연장이 되는 이유를 파악하려면 대학원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대학원에서는 교수 밑에서 학생이 배우는 도제식 학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 - 학생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보다 학생 - 교수의 수직적인 관계가 더 긴밀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 간에 친목을 쌓으며 서로 교류하는 것보다 교수를 한 번이라도 더 만나서 자기 공부를 마무리하는 게 더 유익하다.
대학원에서는 대학원생들끼리 모일 동기가 적기 때문에, 대학원의 회식은 대학원생들끼리 모이는 것보다 교수님 몇 명과 여러 대학원생들이 함께 만나게 된다.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거리감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명백히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참여했던 대학원 회식 자리에서도 대학원생들이 교수에게 맞추는 분위기로 흘러갔었다. 마음 편하게 먹고 마시는 회식 자리가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로 바뀌었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바뀌면서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 공적인 관계를 맺게 되었고, 공부하는 장소가 바뀌면서 대학생과는 거리를 둔 대학원생의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고, 회식의 목적이 친교가 아니라 사회생활로 바뀌면서 대학원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냥 공부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도망쳐 왔는데, 낯선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는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