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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지 Nov 11. 2023

걷다

자작시

학교 가는 길을 걷다

책가방 메고 뛰듯 걷던 길을

아이 손을 잡고 재촉하듯 걷는다

벌건 눈으로 노려보는

신호등에 막혀 마음 졸이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 모습에 안심한다

나는 학교 갔던 길을 걷는다


직장 가는 길을 걷다

피곤이 왼발 잡고

상사 얼굴이 오른발 잡지만

빈 통장으로 털어버리고

사무실로 골인한다

발짝씩 조심스레  걷던

시곗바늘이 6시에 도착하면

세상 가뿐한 걸음으로

나는 회사 갔던 길을 걷는다


장례식장 가는 길을 걷다

이미 떠난 사람

보내기 싫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보내는  길 차라리

잃어버리면 하는 마음에

눈물로 가리지만

눈물은 투명하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

나는 장례식장 갔던 길을 걷는다


삶을 걷는다.

보살핌 받던 길을

혼자 걸었고

혼자 걷던 길을

함께 걸었다.

기쁨, 미안함, 슬픔을 지나

멈추지 못하고 걸으면

그 끝에 혼자 남는 나를 발견한다.

드디어 걸음을 멈춘다.

드디어 삶을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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