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학년별 리딩
이제 막 뉴질랜드 삶에 적응 중인 4세 아이에게
영어책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한국 유치원에서 몇 개월 영어를 배운 게 전부인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이 시작됐다. 아이보다 엄마의 마음이 더 조급했던 사실을 인정한다. 아무리 조급하다고 서둘러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바로 '언어'인 것을 시간이 한 참 흐른 후 깨달았다.
(* 뉴질랜드 전체 학교가 아닌 우리 아이 학교 기준으로 쓴 글입니다. 학교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유치원-저학년 시기 (~Y1)
영어로 자기 이름 쓰는 것이 전부였던 딸아이가 5살 생일이 지나고 학교에 들어갔다.
Y0(0학년) 때는 학교 ESOL 수업에서 진행한 파닉스와 동시(Poem), 그림과 짧은 문장들의 프린트물로 수업한 것을 가져왔다. 그것과 함께 학교에서 매일 읽는 Reading book을 집에서 읽었다. 그게 전부였다. 사실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놀이처럼 놀았던 것에 더 가까웠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족들 앞에서 읽거나 불러주면 나와 2살 동생은 박수를 쳐주고, 따라 불렀다.
나의 어릴 적을 생각해 보면 영어를 주어와 동사, 목적어, 부사 등을 이용해 배웠다. 긴 지문을 읽고 알맞은 답을 고르며 영어를 배웠고, 단어를 외우며 배웠다. 그랬던 내가 5살이었던 딸에게 주어와 동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그렇게 가르칠 이유도 전혀 없었다.
나는 이 나라 교육제도에 맞춰 배워오는 딸을 가만히 바라보고, 응원해 줬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어쩌면 고마웠다. 내가 계속 한국에서 살았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배워온 관습과 학습 그대로를 알려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첫째는 아주 천천히 나아갔고, 6개월이 지나서야 아웃풋을 시작으로 종알종알 떠들기 시작했다.
Y2~Y4 (6~8살)
그전까지는 페이지 당 세, 네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을 한 권씩 읽었다면, Y2때부터는 원하는 책을 조금씩 시리즈별로 읽기 시작했다.
아이와 처음으로 같이 읽기 시작한 시리즈는 13-Storey Treehouse(Andy Griffiths), Magic Tree House(Mary Pope Osborne)였다. 아이와 함께 대화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나도 같이 읽었다. 13층씩 높아지는 Treehouse는 엉뚱함과 기발한 아이디어의 내용으로 가볍게 웃으며 보기 좋은 책이다. Magic Tree House는 남매가 나라별 여행을 하는 이야기인데 내용과 구성이 탄탄해서 미국 학교에서도 읽는 책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곧이어 Roald Dahl 시리즈로 이어졌다. Roald Dahl 시리즈는 위트와 센스가 있어서 우리는 곧 그의 팬이 됐다. 원서를 두 번째로 영화화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과 세 번째로 제작된 '웡카(Wonka)' 그리고 '마틸다(Matilda)'도 영화로 찾아봤다.
Y4가 되면 학교에서 Reading book과 함께 School Journal이라는 매거진을 읽는다. 글 크기는 작아지고, 글밥은 많아진 매거진을 통해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연습을 한다. 습관적으로 속독, 묵독하는 아이들이 쉽게 놓치는 정보나 이야기를 짚어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리고 그 때쯔음 유행처럼 해리포터 시리즈를 시작한다. 우리 아이 역시 친구들의 추천으로 처음 호기심을 가졌다. 책 두께에 비해 술술 읽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제 내 할 일은 영어가 아니라 한글 가르치는 일이구나.' 싶었다. 어느샌가 아이는 자연스럽게 영어책으로 스며들었다.
Y5~
지금부터는 책을 읽는다기보다 문해력과 어휘에 집중한다. 학교에서 개인 패드 지참을 허락하는데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준비해 둔 챕터북을 읽고,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Y4부터 어휘노트를 사용해 단어를 배우고, 암기한다. 정해진 교육제도는 아니지만 Reading과 함께 에세이를 쓰기 위한 Writing도 배우기 시작한다.
집에서는 자유롭게 보고 싶은 책을 읽는다.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책은 'The Baby sitters club'이다. 도서관에서 대여요청을 누르면 미리 요청된 수가 많아 한 달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 그 많은 시리즈를 다 사야 하나?' 웃픈(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고민이 든다.
둘째 아들이 즐겨보는 책은 보통 비문학이다.
히어로와 자동차 시리즈를 시작으로 책을 접하기 시작했고, 공룡과 우주, 자연관찰 책을 넘어 요즘은 Tree house와 Dog man 시리즈를 읽는다. 낚시, 스포츠, 게임 등 다양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지만 디즈니 시리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전체 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 딸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학교에서 진행되는 리딩 과정을 알게 됐고, 아이가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됐다. 한국에서 영어 원서라고는 단 한 권도 읽어본 적 없던 나에게도 큰 과정이었다. 지금은 아이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됐지만, 여전히 책을 추천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글 책이든, 영어 책이든 우리는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읽으며 다른 세상에 빠져든다. 이렇게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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