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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 집이야!

제4화. 아닌가, 동물원인가?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동물을 좋아한다.

다른 이들처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동물을 맞이할 준비 하고, 함께 사는 것이라면 완벽하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비공식적인 루트로 동물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과연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동물 1.

가든과 집 사이에 연결된 나무 데크. 한편에 스피커에 연결된 음악을 틀어놓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보내는 시간은 참 따뜻했다. 책을 읽기도 하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함께 연기를 피우며 바비큐를 즐겼다. 그래서 더 그 공간을 좋아했다. 그것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거실 바닥에 손바닥만 한 도마뱀 한 마리 앉아있다!

아니, 솔직히 얘기하면 데크 밑에 도마뱀 2마리가 살고 있다. 그들은 가끔씩 데크 위로 올라와 쉰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새 열린 문으로 집 안에 들어온다.

신기하게도 그런 경우는 보통 내가 혼자 있는 시간대이다. 거실에서 도마뱀과 마주쳐 본 사람 있을까? 숨 막히는 1:1 대치 상황이 벌어진다. 긴장되고 긴급해서 눈조차 깜빡일 수 없는 숨 막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차갑고 미끌거리는 몸매, 만지면 푸다닥거리며 몸부림칠 것 같은 기분, 도저히 손으로는 잡을 자신이 없다. 주변에 보이는 아무 통이나 책 등에 살며시 올려 마당에 툭 던지듯 내려둔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내 손을 타고 올라올까 봐 비명을 지르며 내려둔다. 그 짧은 몇 초의 대치 상황이 몇 시간처럼 느껴진다.

'내 집에 제발 그만 들어와!'



동물 2.

여름에는 통유리로 된 베란다 창을 열어둔다. 시원한 바람이 집 안을 휘돌고 나가기 때문에 한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다.

평범한 어느 날,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일하고 있던 그때 거실에서 소리가 들린다. ‘푸드덕!!’

그 열린 창문으로 참새 한 마리가 날아 집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꺅! 뭐야!
나가! 여긴 내 집이야!


내 말을 알아듣는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황한 마음이 입 밖으로 마구 쏟아져 나온다. 나도 놀라고, 새도 놀란 눈치다. 닫혀있던 창문으로 급하게 날아오른다. 그러다 부딪치고는 ‘퉁!’, 다시 날아올라 ‘퉁!’ 떨어진다.

‘아. 제발… 이러지 마… 거긴 닫혀있잖아...‘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천천히 새 앞 창문으로 다가간다. 혹시나 나에게 푸다닥 날아올까 싶어 몸은 뒤로, 손만 길게 뻗어본다. 겨우 손에 닿은 창문을 긴급하게 열어젖히고 뒤에서 훠이훠이 손을 휘적이며 새를 내보낸다.

순식간에 벌어진 탓에 빠른 비트로 요동치던 심장이 창가 주변의 새 똥들로 인해 급격하게 차분해진다.

‘하아. 너도 많이 놀랬구나…‘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는 까맣게 잊은 채 새 똥 청소를 시작한다.



동물 3.

친구 집에 초대받아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컴컴한 집의 불을 켜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맞아. 아까 엄마가 그랬지? 재미있…


끄어어아악!!!!


현관문을 여느라 제일 앞장서 들어왔다가 검고 커다란 형체와 눈이 마주쳤다! 컴컴한 집 안 부엌에 있다가 불을 켠 후 나와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


나도 들어보지 못한 나의 괴기스러운 비명소리에 아이들은 다시 밖으로 뛰어나가 버리고, 남편도 깜짝 놀라 멈춰버렸다. 고양이도 놀랐는지 한번 뛰어오른 후 창문으로 뛰어 나갔다. '아! 창문! 창문 닫고 나가는 걸 깜빡했다...'

버둥거리며 소파 위로 올라간 내가 말했다.


헉..! 헉…! 헉…!
뭐야! 왜 자꾸 동물이 집에 들어와!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거미, 개미떼, 엄지 손가락만 한 가든 바퀴벌레, 벼룩, 나방, 사마귀, 매미 등 초대하지 않은 친구들을 우리 집에서 만났다.




동물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환경요인으로 볼 수 있다.

마당이 있고, 창문을 열어두는 주거 구조, 동물과 가깝게 생각하는 심리적 거리,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종교적 문화 등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동물과의 평화로운 공존' 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차이로 인해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아무리 달라도,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갑자기 등장하는 동물 때문에 깜짝 놀라 아직도 적응이 어렵다.

‘호주였으면 캥거루, 캐나다였으면 곰을 만났을까? 이러면서 외국 스타일은 무슨, 단단히 착각했네!'


외국 생활 Tip! 갑작스럽게 동물이 집을 방문하는 일이 있다. 너무 놀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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