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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 Feb 04. 2024

서랍우주

시 #17


서랍은 기억을 조립하는 제3의 공간이다

언제 어디서 가져온 내 온갖 흔적들이

못난이가 블록 놀이 해 놓은 것마냥 삐뚤빼뚤

쌓이고 엉켜있다


어린 날, 또래에게 받은 고백 편지와

내 손때 묻은 바로 어제 쓴 일기장과 만년필


이 낡은 서랍은 그렇게 삐걱삐걱

우주와 우주가 만나 오색 은하수

시공간을 초월하는

작지만 거대한 차원의 문이 된다


내가 오늘 창문을 열면

내리쬐는 푸른 달빛을 머금은

서랍 속 작은 종이와 사물의 기억들은

선선한 가을바람 쐬며

오늘 저 하늘에 뻗은 무한한 우주를

내 서랍 가득 채우는데


온 세상이 알록달록

그 안에 넘실넘실

반짝이는 우리네 별과 은하바람이 출렁인다



bkksg.com

_이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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