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7
서랍은 기억을 조립하는 제3의 공간이다
언제 어디서 가져온 내 온갖 흔적들이
못난이가 블록 놀이 해 놓은 것마냥 삐뚤빼뚤
쌓이고 엉켜있다
어린 날, 또래에게 받은 고백 편지와
내 손때 묻은 바로 어제 쓴 일기장과 만년필
이 낡은 서랍은 그렇게 삐걱삐걱
우주와 우주가 만나 오색 은하수
시공간을 초월하는
작지만 거대한 차원의 문이 된다
내가 오늘 창문을 열면
내리쬐는 푸른 달빛을 머금은
서랍 속 작은 종이와 사물의 기억들은
선선한 가을바람 쐬며
오늘 저 하늘에 뻗은 무한한 우주를
내 서랍 가득 채우는데
온 세상이 알록달록
그 안에 넘실넘실
반짝이는 우리네 별과 은하바람이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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