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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 Feb 28. 2024

두 그루

시 #27


하루가 나지막이 내려앉는

따스한 하늘 아래

드디어 피어난 봄 꽃나무 아래

여기, 참 많은 이야기를 가진 두 사람이 서 있다


그들은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한 시간이 너무나 길어

이제는 쇠락하고 쇠약하여 그 걸음걸이에 힘이 없는 사람들이다


흘러넘칠 마음 없이

덤덤히 서 있는

두 사람이다


나는 그들 사이처럼 듬성한 그늘 아래

반쯤 피하지 못해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자랐다


세월은 덤덤히 흘러

나도 이제 듬성한 나무 한 그루로 자라

이렇게 두 사람을

덤덤히 바라본다


봄꽃처럼

언젠가는 지고 말 이 두 나무는

듬성한 두 어깨 사이를 그대로 둔 채

다가온 해 질 녘 황혼 앞에 덤덤히 서 있다


지고 말 그 모습을

사진으로, 마음으로 담는다


한 장에

두 사람의 그늘을 얼마나 원망하고

그리워했는지


두 장에

그러므로 햇살을 충분히 받고 자라

내가 이처럼

초록이 짙은 나무로 자라났는지


한참을 그렇게

덤덤하지 못한 생각을 되뇌다

다가온 황혼 앞에 덤덤히


그리고 함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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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이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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