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7
하루가 나지막이 내려앉는
따스한 하늘 아래
드디어 피어난 봄 꽃나무 아래
여기, 참 많은 이야기를 가진 두 사람이 서 있다
그들은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한 시간이 너무나 길어
이제는 쇠락하고 쇠약하여 그 걸음걸이에 힘이 없는 사람들이다
흘러넘칠 마음 없이
덤덤히 서 있는
두 사람이다
나는 그들 사이처럼 듬성한 그늘 아래
반쯤 피하지 못해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자랐다
세월은 덤덤히 흘러
나도 이제 듬성한 나무 한 그루로 자라
이렇게 두 사람을
덤덤히 바라본다
봄꽃처럼
언젠가는 지고 말 이 두 나무는
듬성한 두 어깨 사이를 그대로 둔 채
다가온 해 질 녘 황혼 앞에 덤덤히 서 있다
지고 말 그 모습을
사진으로, 마음으로 담는다
한 장에
두 사람의 그늘을 얼마나 원망하고
그리워했는지
두 장에
그러므로 햇살을 충분히 받고 자라
내가 이처럼
초록이 짙은 나무로 자라났는지
한참을 그렇게
덤덤하지 못한 생각을 되뇌다
다가온 황혼 앞에 덤덤히
그리고 함께 서 있다.
bkksg.com
bkksg.studio@gmail.com
_이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