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4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행복하다. 한 달 정도는 집을 이사하고, 퇴사 이후에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행정 업무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나의 가치관, 장단점,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과 같이 나를 관조했다. 이왕 퇴사했으면 더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보니 개발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나 관심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단, 그중에서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로 선별을 했다. 꾸준히 하지 못 한다면, 의미가 없었다. 억지로 계속하는 것들은 또 다른 번아웃을 만들 거 같았다.
가장 좋은 예시로 내가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기록하다 보니 글 쓰는 것이 재미가 생겼다. 그리고 쓸데없는 내용들이 훨씬 많았지만 계속 글을 쓰다 보니 점점 유의미한 글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그걸 공유할 수단으로 '브런치'를 선택했다. 브런치는 퇴사하기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기에 내가 뭘 해야 할지 방향성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다른 예로, 축구를 좋아해서 관련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꼬박꼬박 경기를 챙겨보는 건 아니지만, 소식 정도는 늘 알고 있었다. 이 축구에 대한 정보가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가치를 공유할 수단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브런치는 그 수많은 수단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능력들이 글, 그림, 영상, 물건 등 무언가로 탈바꿈될 수 있다.
내가 시간을 소비하는 것들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로 만들자
이 목적을 기준으로 세부적인 목표들을 세워서 지금도 계속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시간을 소비하는 것들'에서만 가치를 창출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단번에 파악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시간을 소비한다는 얘기는 내가 관심 있고 재밌어서 거기에 계속 시간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걸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내 생각이다. 조금씩 바꾸거나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한 동안은 이 목적을 잘 유지하고 거기에 맞게 살아갈 것 같다.
2. 심신안정을 지키기 위한루틴
번아웃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나니 다시 그런 삶을 되풀이하지 않고자 심신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삶 곳곳에 안전장치처럼 추가해놨다.아무래도 컴퓨터로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반려견과 주기적으로 산책을 나가 바깥바람을 쐬어주고 있다.
집 앞에 큰 공원이 있어서 공원으로 산책을 주로 나간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공원에서 걸으면 잠시 머리를 식히거나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좋다.
집에 있을 때도 심신안정에 좋다고 하는 인센스를 자주 피워주고 있다. 처음에는 향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피우다 보니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향이 정말 다양해서 하나씩 피워보며 나에게 더 잘 맞는 향을 찾는 재미도 있다. 확실히 피워두면 집중력을 높여주거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한 가지에만 몰입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비중만 다르게 해서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데, 비중을 높였던 게 지겨워진다면 다른 쪽에 비중을 높여서 지겨움을 지우고 있다. 하나만 계속한다면 탈출구가 없어 또 억지로 하는 순간이 올 것 같아 애초에 좋아하는 일을 여러 가지 만들어 두고 언제든 다른 곳으로 환승할 수 있게 했다. 하다가 힘들면 다른 일의 비중을 높여서 다시 그곳에 쓸 에너지를 충전했다.
회사 일에 지쳐도 게임이나 취미생활에 쓸 에너지가 따로 있는 것처럼 각각에 일에 쓸 에너지도 공유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한곳에 집중을 하면서 다른 곳에 쓸 에너지와 기운을 충전했다. 아직까지는 이 루틴에 특별히 모자란 부분이 없어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내 삶의 루틴은 발전되어 나갈 것이다.
회사에 남으시려는 분들이라면, 제 실수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퇴사를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제 고민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시면서 인생을 즐기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모두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