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은감성 Oct 24. 2021

자기혐오

6장

1. 자책과 반성

나에게 엄격해질수록 더 많은 것을 바랄수록 '자기혐오'에 빠지기 쉽다. 자기개발이라는 목적 아래에서 나의 시간을 엄격하게 통제했고, 시간에 맞는 행동을 하지 못 했을때마다 '반성'을했다.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듯 했다. 하루를 되돌아 보며 오늘은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하루를 반성하고 다음날은 지키지 못 했던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며 올바른 삶을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목표를 모두 이룬 날에는 성취감도 느끼고 자신감도 올라갔다. 그래서 더 그런 만족감을 느끼려고 목표 달성에 집착했다.


회사에서 바쁜 일들이 없을때는 잘 지켜지는 편이였지만, 야근을 지속한다거나 다른 약속 때문에 원래의 루틴을 회복하지 못 하는 경우에는 빈 체크리스트들을 보며 나태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가능하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하루를 기록하려고 노력하는데, 제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 한 날은 아래와 같이 반성 하는 말들로 일기가 채워졌다.



집에오면 다른 생각들을 단절해버린다. 집에서 딱 3시간씩만 더 개발을 했어도 5일이면 15시간 거의 2일을 더 일한거나 마찬가지였을거다. 그동안 목표를 두고 움직였는데 목표를 잃어 버리고 방황하고 있다.

20XX년 01월 03일


내 개발 실력을 인정받고 싶지 않은가? 나는 이렇게 유튜브만 보다가 나이를 먹을것인가? 그 시간에 나의 미래에 대해 더 생각하고 내 삶을 위해 더 움직여야 한다.

20XX년 01월 25일


이런식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컨트롤 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이 기계가 아니듯이 빡빡한 목표들을 계속 성취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나를 질책하는 일이 생기면, 그 질책당한 일과 하루에 정한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 하는 스스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어느순간부터는 반성이 자책이 되어갔다. 어차피 지나간 일을 붙들고 계속 스스로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업무 스트레스를 모두 나 자신에게 풀었다. 스트레스를 풀 수단이 없었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게임도 안 했고,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았다. 그런 것들을 일절 끊어내고 내 성장에만 모든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질책을 받고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정해놓은 목표도 이루지 못 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그럴수록 업무 능률은 더 떨어졌고, 회사에서는 더 많은 질책을 받았다.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은 '자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었다. 다른 취미 생활이라든지 여가 활동을 해서 안 좋은 생각들을 끊어내는게 필요했지만, 마침 그때 코로나가 심해지며 헬스장이 영업을 중지한게 큰 악재로 다가왔다. 운동을 하고 땀을 흘려서 심신을 리프레쉬하는 활동을 멈춘 후부터, 감정 쓰레기통의 쓰레기가 비워지지 못 하고 계속 채워지기만 했다. 하지만, 뭔가 잘못 되었다라는 생각조차 못 했다. 그냥 내가 못났고,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 없는 자책만 반복했다. 잘못됨을 인지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때는 이미 내 심신이 망가질때로 망가진 후였다.





이전 06화 일 잘하는 사람, 일 못 하는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