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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정호랭이 Black Tiger Oct 04. 2023

25. 나의 행복한 시간들은 오래도록 묶어 두고 싶다.

이 좋은 세상에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열심히 성실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내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다가 때가 되면 누구나 예외 없이 언젠가는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면서 누구나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생로병사의 한 구분에 불과한 죽음을 사람들은 왜 두려워할까? 


이 또한 인간들의 속세에 무한정으로 누리고자 하는 욕심으로 인한 과욕이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이들은 "난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치다가도 뒤돌아서서는 두려움에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해 불안해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행위들이 인간이기에 느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나 몸이 많이 아프면서 혼자라고 느낄 때나 사랑하는 사람 아니 가까이 지내던 주변사람들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갔을 때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아마도 극에 달하게 되고 그때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한평생을 살면서 어찌 보면 죽음을 그리 쉽게 보거나 맞이하지는 못하지만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안 필연적으로 몇 번은 맞이할 수밖에 없다. 부모님 장인 장모님 조부모님 등등 어쩔 수 없이 본인보다는 앞서서 먼저 하늘나라로 가시는 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맞이할 때마다 슬픔에 잠기고 어떤 이들은 그 슬픔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만큼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 이별은 참으로 아프게 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한다. 따라서 이러한 고통과 영원히 맞닥뜨리지 않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를 그리워하고 상상하게 되지만 그러나 현실은 절대 이를 그대로 용납해 주질 않는다.


진실 씨도 살아오면서 5~6번의 슬픈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때마다 긴 시간 동안 그 속에서 쉽사리 빠저 나오지 못하고 많이 힘들어도 했다. 어쩌면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유독 슬픈 감성에 쉽게 젖어드는 타입의 성격 소유자이다 보니 더욱더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것 같다.


그때마다 누구에게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본인도 언젠가는 저렇게 이 행복한 시간 속을 떠나 이별이라는 아픔이 있을 텐데 그때는 사랑 씨와 지민이 정민이는 어떻게 하지? 본인이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파할 것을 생각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가슴이 찡하면서 울컥해 지곤 한다. 그렇다고 영원할 수도 없고...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들은 영원하길 바랄 것이고, 끝없는 시간 속에서 영원히 사랑을 받고 싶고 사랑을 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좋은 시간들은 좀 더 천천히 오길 바라고 좀 더 천천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것이다. 그런데 꼭 그런 좋은 시간들은 빨리도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더 아쉬워하게 한다.


이런 아쉬움을 갖는 것도 젊었을 때의 생각이고, 나이가 어느 정도 차게 되면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누리는 행복이 얼마나 더 소중한 것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젊어서는 아이들을 키워야 하고 가정을 유지해야 하기에 그냥 그냥 쾌속으로 지나가는 시간 속에 파묻혀서 살아왔기에 행복이라는 즐거움을 지금처럼 느끼지를 못하고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생활로만 여겼었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도 새삼 느끼지 못하면서 험난한 세상을 극복하기에만 전념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바라보게 되면 사랑하는 아이들은 어느덧 성인이 되어 버렸고, 뭐 하나 문제 되는 것 없이 행복만을 누리면 된다고 느낄 때는 순간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 행복한 시간들이 영원하길 바라고 또 바라면서도, 되돌아 다시 생각해 보면 "이 행복한 시간들이 없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 들어 많이 불안해지고 불안감은 자꾸만 더 빠르게 엄습해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런 불안한 일들은 다가오지도 않았고 올지 안 올지도 또 언제 올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나 혼자면 충분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지금을 즐기면 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점점 더 빨리 다가올까 봐 조바심은 왜 더 많이 나는 걸까?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는 변함없이 똑같은 보폭을 유지한 채 흐르고 있을 텐데...


진실 씨가 불안해하는 요인 중에 한 가지는 집안 대대로 어른들의 삶을 살펴보면 집안 자체가 장수 집안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는 진실 씨가 얼굴도 뵙지를 못했고 아버님이 어려서부터 어렵게 살아오신 걸 보면 아마도 일찍 돌아가신 것은 자명한 일이고, 큰 아버님은 한때 건장한 체격으로 지방 씨름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타셨다고는 하는데 40세 중반에 돌아가신 것으로 얘기를 들었고, 아버님은 누가 봐도 강인하고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로 항상 성실하게 사시던 분이셨기에 분명 장수하실 것으로 믿고 있었건만 요즘 나이로 본다면 73세라는 조금은 빠른 연세에 아깝게 이 좋은 행복한 시간들을 다 보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이러한 집안 내력을 보았을 때 세상이 바뀌고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 한들 장수하지 못하는 DNA까지는 어떻게 조절을 못할 것만 같다. 요즘의 대세에 맞는 나이까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하면서 생활한다면 그래도 괜찮겠지?" 하다가도 주위에서 들려오는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되면 다시 또 미래에 대한불안감이 앞서서 다가오곤 한다.


지금의 이 행복한 시간들이 아깝고 아쉽기는 하지만 자연의 섭리가 그렇다면 거기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미천한 한 인간이기에, "주어진 시간만큼은 모든 행복한 삶을 다 영위하면서 즐겁게 살고 쉽다.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도 않아야겠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에게 배당된 시간만큼만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행복하고 사랑하고 사랑을 주면서 즐겁게 여생을 보내야겠다." 


이렇게 진실 씨는 오늘도 혼자 아무런 의미 없는 행복한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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