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정하는 시 10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2003년 초판이 발행되고 2008년, 2014년 신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시인이 등단한 후, 42년 간의 시 세계가 집약되어 있는 보석 같은 시집이다.
시선집 제목이기도 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는, 그의 1998년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처음 수록되었다.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소외된 이웃들을 바라볼 줄 하는 선한 눈을 가진 시인. 그의 시에는 유독 '사람'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외로움, 그리움, 사랑, 눈물, 기쁨, 가난, 고독... 사람에게서 이런 것들이 빠진다면 인간미라는 게 남아있을 수 있을까?
시인은, '그늘이 없는 사람'과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다. '눈물이 없는 사람'과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 햇빛도, 기쁨도... 이 세상의 밝고 아름다운 것들이 더 빛날 수 있는 이유는 그늘과 눈물이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질 때 그늘의 간절함. 눈물 나게 아픈 순간을 겪어 본 사람만이 기쁨의 순간이 주는 희열도 천 배, 만 배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햇빛이 뜨거운 한낮의 공원. 가만히 누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반짝이는 햇살을 느껴본 사람이면 알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한 그루의 그늘, 한 방울의 눈물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얼마나 그립고 간절한 사람인지. 나도 그런 고요한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