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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야 May 08. 2024

획일적, 어버이날

부모님 사랑합니다.  20240508

카톡 프로필 사진이 얼추 비슷하다.

어버이날 주변 엄마들의 프로필 사진말이다.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나 직접 만든 좋이 꽃으로 도배된다.

자기 아이가 글씨가 예쁘거나 내용이 꽤 근사하면

편지가 메인이다.

만들기를 잘했다 싶으면 종이 카네이션이 메인이고

자기가 모아 온 용돈을 과감히 내놓았다면

현금봉투가 메인에 있다.

내 주위는 온통 어버이날 챙김 받는 사람들이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부터  나는 어버이날의 주인공이 되었다. 선생님들의 노고 9할로 만들어진 꽃에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글씨는 못쓰니 인쇄된 문구가 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정도.

유치원을 가면 사정이 조금 나아진다.

아이들의 실력이 진화하여 업그레이드된 무언가를 들고 온다. 선생님들의 작품에 이제 아이의 삐뚤삐뚤 글씨가 더해진다.

나는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받는 진정한 어버이다.


올해는 막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똑같은 패턴이지만 이제 선생님의 노력반 우리 애의 노력반쯤 더해진다. 큰 틀은 선생님이 주셨겠지만 그 안의 내용은 온전히 자기 생각일 테니.

글씨도 반듯반듯 예쁘고, 내용도 알차고, 거기다 선생님이 준 효도쿠폰에 자기가 더 만들고 싶다고 했단다.

자발적 효도 쿠폰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살짝 기특한 마음도 든다.



나는 챙겨야 할 어버이가 있다. 양쪽 부모님이 다들 지방에 계신다. 찾아 때는 선물을 보낸다. 결혼 한지도 17년쯤 되니 선물도 안 해 본 것이 없어 특별한 것이 없다.

뭔가 색다르고 기분 좋은 걸 드리고 싶지만

부모님들도 취향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사실 나에게도 그럴 에너지도 의욕도 이제는 없긴 하다.

용돈만 드리기도 뭣하고, 뭘 자꾸 하지 말라하시니

제일 만만한 과일을 보내 드린다.

그 안에다 아이가 쓴 편지도 함께 넣어서.


5월에 기념일이 몰려 있는 탓에,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답게,

그 핑계로 부모님과 다른 때보다 연락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오늘 어린이날 즐겁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00만원 보냈으니 맛있는 저녁 먹고 신나게 지내길 바란다. 주일이라 바빠서 문자로 보낸다~~"

시어머니는 부담스러울까 문자를 주셨다.

"애들 좋아하는 거 사줘. 맛있는 것도 먹고. 너도 좀 쉬고."

애들 얘길 하지만 항상 내 걱정이 더 많은 울 엄마.

엄마는 너 바쁠 텐데 하면서 빨리 전화를 끊는다.

뭔가 날이면, 뭔가 날이라 챙기는 거 같지만

그래서 한번 더 살피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기념일.

5월은 감사한 달이기도 하다.


어버이날 건네는 카네이션, 편지. 선물.

어느 집이고 다 비슷한 모양들.

보이는 건 획일적이만 그 속에 마음은 차고 넘친다.

매년 이렇게 어버이날을 보낼 있었으면 좋겠다.

양쪽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순서대로 전화를 바꾼다.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 하면

"아이고, 고마워. 기특하기도 해라.' 하신다.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해요.'를 남발한다.

그럼 그저 행복한 웃음으로 '아이고, 우리 손주 예쁘네.'

끝이 없는 사랑 해요, 고마워의 퍼레이드는 한참만에 끝난다.

이런 획일적, 어버이날을 계속 보낼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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