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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야 May 09. 2024

딸, 엄마보다 낫네!

아이의 마음은 깊습니다.  20240509


인생(人生)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갑니다.

아침부터 인생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한데요.

인생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니까요.

하루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단순하고 명료한 일상인데

그 사이사이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고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되지요.


아침 7시 50분.

딸아이가 몽롱한 얼굴로 잠이 깼습니다.

어제 11시가 넘어 잔 탓에 피곤한 얼굴로 일어지요.

 밝은 목소리로 "잘 잤어?"라고 인사합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왜 일찍 안 깨웠어?"라고 짜증을 냅니다. 갑자기?!

어젯밤 잠이 들기 전, 내일 아침 7시 반에 깨워 달라고 한터였습니다.

"깨웠는데 네가 안 일어났잖아!"

부드럽게 작되었던 아침이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사실, 피곤해하길래 더 자라고 살짝 깨우긴 했지요.

그럼 더 적극적으로 깨웠어야지, 왜 더 확실히 안 깨워줬어! 같은 말을 짜증을 한껏 담아 계속합니다.

'욱'하는 성격의 나도, 곧 화르르 타오릅니다.

다른 날 같았으면 이미 잔소리 폭격이 날아들

공기 곧 냉랭해져 온 집안이 초토화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잠이 고파 잠자리에서 뒹굴뒹굴하는 꼬맹이도 어느새  벌떡 일어나 앉았을 테고요.


그러나,

오늘은 등을 돌리고

주방에서 다른 일을 하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 않은 마음.

이렇게 해 놓고선 하루 종일 마음 불편하게 보낼 수는 없다 싶어서 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또 욱하고 말이 튀어 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라 얼른 일거리를 찾아 아이들 물병에 물을 담고 바삐 움직였습니다.

"주먹밥, 시리얼 둘 중에 뭐 먹을래? "

딸아이씻고 나와 냉장고 문을 열길래

괜히 한 톤 밝게 얘기합니다.

"주먹밥~시리얼~ 골라 골라!!"

말도 없이 조용히 우유와 그릇을 꺼내 식탁에 앉습니다.

"엄마, 레인보우 시리얼 어딨어?"

다 먹었나 보다, 잠깐만, 아무렇지 않은 듯 혼자 이 말 저 말하며 꺼내줍니다.

아이는 시리얼이 담기는 그릇만 쳐다보다 작은 소리로 말합니다.

"엄마, 아까 짜증 내서 미안해요."

순간, 가슴에 콕하고 뭐가 걸리는 듯합니다.

평소에 아이를 받아주는 것보다 엄마인 내가 내지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이제 슬슬 사춘기의 문 앞에서

한 겹 성장하려고 속으로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할 테고.

거기다 몸속  호르몬은 날뛰니 힘들기도 할 텐데.

나의 아이는 늘 나보다 더 어른 같습니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아냐, 그럴 수 있지. 바로 미안하다고 해줘서 엄마가 정말 고마워."

한식파인 꼬맹이도 옆에 와서 오늘은 시리얼을 먹겠다 합니다.

"오우, 우유는 시원하고 시리얼은 달콤하네."

누나와 엄마가 달콤해지기를 바라는 막내가 시원하게 웃습니다. 나의 딸도 웃어요. 나도 슬며시 웃습니다.


아이들에게 다짐 같은 말들을 종종 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뒷일을 생각해 봐.

계속 삐져 있는 게 좋을까 아닐까.

네가 어떻게 하는 게 상황이 더 낫겠어.

울어도 안 울어도 똑같다면 어떻게 해 볼래.

이 상황에서도 네가 선택할 수 있어.

이미 벌어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하느냐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야.'

맞습니다.

100 퍼센트 나에게 해 주고 싶 결심의 말들입니다.

아이들에게 말을 하고 있다지만

늘 우유부단하고 결정이 어려운 나를 향하는 말이지요.

오늘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낼 겁니다.

그 속에서 또 생각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테지요.

휩쓸려 가느냐, 흘러가느냐, 그 속을 당당히 걸어가느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몫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지요.

아이들 덕분에 오늘 아침, 맑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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