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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2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내가 먼저 읽었습니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있다.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거실 불을 은은하게 낮추고
두 아이가 나란히 누운 침대 옆에 앉는다.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나는 잠시 고민한 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한 권을 펼친다.

책을 읽어주기 전,
나는 그 책을 먼저 혼자 읽는다.

줄거리를 훑고,
중간중간 밑줄을 긋고,
나도 그 이야기의 독자가 된다.

그렇게 읽은 책은,
그저 글자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담아 전하는 이야기”가 된다.

한 번은 라운이가 이런 말을 했다.
“아빠가 읽어주는 책은 영화 같아.”

무슨 뜻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책을 읽을 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거나,
슬픈 장면에서는 천천히,
신나는 장면에서는 웃으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같이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건
단순히 잠자기 전 루틴이 아니다.
그건 ‘아빠와 아이 사이의 정서 연결’이다.

어떤 날은 한 문장에 멈춰서
“라운이는 이럴 때 어떻게 할 것 같아?”
“루아는 주인공 마음이 이해돼?”
하고 묻는다.

책은 대화의 도구가 되고,
이야기는 삶으로 확장된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내가 그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떤 장면에서 아이가 무서울지,
어떤 단어가 낯설지,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를
나는 이미 한 번 경험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책을 함께 나누는 기술”이 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느낀 건,
“좋은 책”보다 중요한 건
“좋은 독자”가 되어주는 부모라는 것이다.

같은 책도
어떻게 읽어주는지에 따라
아이의 몰입도와 감정이 달라진다.

때로는
“그냥 책만 읽어주세요.”라고 말할 때도 있지만
그 말 뒤에는
‘아빠 목소리로 듣고 싶어요’라는 애정이 숨어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내가 배운 것도 많다.

용기란 뭔지,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지.

책 속 인물들이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와 나 사이에 흐르는 감정들이
그 답을 가르쳐주었다.

어느 날, 루아가 말했다.
“아빠, 나중에 어른 되면
내 아이한테도 책 읽어줄 거야.
아빠처럼.”

그 순간, 나는 잠깐 말을 잊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가는 따뜻한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벅차오르게 다가왔다.

우리는 매일 책을 함께 읽는다.
어떤 날은 5분, 어떤 날은 20분.
중요한 건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그 시간에 마음이 닿는가이다.

책 한 권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마주 앉는 이 시간.
나는 그 순간을 소중히 간직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나는 먼저 읽는다.

그 이야기를 충분히 느끼고,
내 안에서 한 번 살아보고,
그러고 나서
내가 사랑하는 아이에게 전한다.

책 속의 세상이
아이의 마음속으로
따뜻하게,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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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아이를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시간입니다.

부모가 먼저 읽고 느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할 때,
아이에게는 그 순간이
가장 깊이 각인됩니다.

오늘 밤, 아이의 침대 옆에
책 한 권을 놓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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