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아이 씻기기 챌린지 – 울음보다 웃음을 이끌기까지
욕실에서 시작된 작은 전쟁, 그리고 아빠의 성장기록
욕실에서 나는 울음소리는
어른의 귀에선 금방 지나가지만,
아이에게는 작은 전쟁이다.
“싫어! 안 할 거야!”
“눈에 들어가면 따가워!!”
작은 발이 욕조 물을 튕기고,
샴푸 거품이 도망가고,
아빠의 티셔츠는 다 젖고.
아빠의 하루는
욕실 문을 여는 순간, 리셋된다.
처음엔 나도 몰랐다.
아이 씻기는 게 이렇게 힘든 줄은.
어른 기준으로 보면
‘씻기면 끝’인데,
아이 기준으로 보면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공포의 시간”이다.
물이 갑자기 차갑게 느껴지고,
샴푸가 눈으로 들어갈까 불안하고,
몸을 맡긴다는 행위 자체가
어린아이에겐 낯설고 두려운 감각이다.
처음 아들을 씻길 때,
나는 ‘빨리 끝내야지’만 생각했다.
물을 틀고, 머리를 적시고, 샴푸를 짜서 바르고.
그런데 그 순간, 아이가 울었다.
“아빠!! 따가워!!!”
“아야야 야야야!”
그 작은 얼굴에 묻은 물방울과 눈물.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건 씻기는 시간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시간이라는 걸.
그다음부터는 준비를 바꿨다.
먼저, 욕조 온도를 확인하고
내 손으로 물을 떠 아이 어깨에 먼저 얹었다.
“따뜻하지?"
그리고 물놀이 장난감 몇 개를 띄우고,
샴푸는 아빠 손에 먼저 발랐다.
"봐봐. 아빠 먼저 해볼게.
눈 안 따가워. 향기도 좋아."
아이의 눈동자가
조금씩 경계에서 호기심으로 바뀌는 그 순간.
아빠가 강요자가 아닌 '안전한 사람'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루는 아들이 물속에서 말했다.
“아빠, 엄마는 이렇게 안 해.”
나는 순간 긴장했다.
“왜? 아빠가 이상해?”
“아니. 엄마는 빨리 감고 끝나는데,
아빠는 재미있게 씻겨줘서 좋아.”
나는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빨리’보다
‘같이’가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
아이에게는 그게 씻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의식’이기도 하다는 것.
한 번은 딸을 씻길 차례였다.
그날은 기분이 좋았는지
딸은 욕조에 들어가자마자 말했다.
“아빠, 인어공주 놀이하자!”
“나는 인어고, 아빠는 바다 괴물이야~”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욕조 한쪽에 앉아 손으로 물을 뿌리고,
"으르렁~ 바다괴물이 간다~!" 하며 장난을 쳤다.
웃음소리와 함께,
머리도 감고, 몸도 씻고,
“오늘은 진짜 기분 좋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날 밤, 아내가 물었다.
“오늘은 딸이 안 울었네?”
나는 대답했다.
“응. 바다괴물이 씻겨줬거든.”
“내가 무섭게 안 해서 그런가 봐.”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예전엔 아빠가 '빠르게 끝내고 싶은 사람'이었지.”
나는 그 말이 잊히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부터
‘빨리 끝내고 싶은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아이에게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어른에겐 5분이면 충분하지만
아이에게는 5분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욕조 안, 아이의 표정은 계속 변한다.
처음엔 무표정, 그다음엔 긴장,
그리고 물이 따뜻해지면 살짝 웃는다.
내 손끝이 너무 거칠면 다시 경직되고,
물을 부드럽게 얹으면 그제야 몸을 맡긴다.
그 작은 표정 하나하나에
아이의 감정과 ‘아빠를 믿을 수 있을까’란 질문이 담겨 있다.
→ 1. 먼저 따뜻한 물로 손 적시기
아기 피부는 민감하다.
물을 천천히 적셔주며 불안을 줄이는 게 시작이다.
→ 2. 샴푸는 눈에 안 들어가는 걸 선택하고,
냄새는 아이가 좋아하는 향으로
라벤더, 복숭아향 등 아이가 고르는 즐거움부터 함께하자.
→ 3. 장난감 3개 정도는 고정 세팅
욕조 안에 오리, 컵, 물총 정도.
놀이가 있는 씻기는 눈물보다 웃음이 먼저다.
→ 4. 씻는 순서 미리 말해주기
"이제 머리 → 어깨 → 팔 → 배 순서로 할게!"
예고는 아이의 심리적 준비가 된다.
→ 5. 씻은 후 수건으로 감싸 안으며 마무리
이 포옹 한 번이 하루의 감정을 닫아주는 따뜻한 신호다.
"나는 아이를 씻기며 배웠다.
작은 몸 하나를 닦는 일이,
그날의 감정을 닦아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5화. 아이 옷 정리, 아빠가 배우는 계절 감각〉
아이 옷장을 정리하며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에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아이의 옷이 작아졌다는 이유만으로요.
계절보다 늦게 계절을 깨닫는 아빠의 마음.
그날 나는, 아이의 반팔티를 접으며 처음으로 여름 냄새를 느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옷’이라는 조각을 통해 가족의 시간을 배워가는 이야기입니다.